아기곰 크누트
지난 주, 엄마 반달곰이 새끼를 낳는 장면이 CCTV에 처음 잡혔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키우고 있는 여섯 살 난 어미곰이 첫 출산을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문장이 하나 있었는데요. 엄마곰의 이름을 ‘RF-04'라고 소개한 겁니다.
아니 무슨 스타워즈에 나오는 로봇 R2D2도 아니고, 곰 이름이 'RF-04'라니요. 부를 때 "알에프공사야"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니 이건 좀 아니다, 진짜 이름이 따로 있겠지 싶어서 원래 이름을 물어봤습니다.
엄마곰의 진짜 이름은 원래는 '칠선이'였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칠선이'라는 이름 대신 'RF-04'라는 딱딱한 이름을 새로 붙여줬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복원사업은 과학 연구라는 점을 국민들이 오해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랍니다. 무슨 이야길까요.
그동안 반달곰 복원사업 중에는 방사를 했다가 죽은 곰도 적지 않았습니다. 올무 같은 데 걸려 죽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살아남지 못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복원사업을 하는 쪽에서는 이럴 때 '누구누구의 죽음'이런 식으로 보도가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그만큼 다음 일을 추진하는 데 조심스러웠다는 건데요. 그래서 '과학'이라는 복원사업의 성격에도 맞게 어미곰의 이름을 실험실 재료 같은 'RF-04'라고 새로 붙이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런 설명을 듣고 나니 'RF-04'에는 "우리는 인간이고 너는 곰이다"라고 가르는 하나의 선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좀 감성적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생명인데 좀 냉정한 처사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3년 전 독일에서 벌어졌던 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동물원에서 엄마곰이 낳자마자 버렸던 아기 북극곰, '크누트'의 사연이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입니다. 귀여운 크누트의 모습에서 시작된 사람들의 관심은 북극곰의 생태를 거쳐서 지구온난화로 어려워지고 있는 북극과 지구의 환경에 대한 궁금증까지 퍼져갔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도 크누트나 우리 인간이나 모두 같은 자연 속에 산다는 점을 깨달아갔습니다. 웬만한 사람도 못해낸 일을 아기곰 크누트가 해낸거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설 연휴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아기 기린에게 '까치'라는 이름을 달아줬는데,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이해됩니다.
그런 점에서 엄마곰에게 '칠선이'란 이름을 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반달곰 복원사업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고 돕기 위해서라도 그 편이 낫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에게 'RF-04'라는 이름은 좀 가혹하다는건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지 싶은데요. 그래서 복원사업 담당자분과 전화를 끊으며 한 가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새로 태어난 새끼에게라도 이름을 좀 붙여달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