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유배당 보험 가입자 2,802명이 10조 원짜리가 될 수 있는 소송을 냈습니다.(소장에서는 1인당 5만원씩을 우선 청구했습니다.)
5월 증시 상장을 목표로 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삼성생명이 과거 유배당 보험 가입자들에게 충분한 배당을 주지 않아서 상장으로 인한 차익을 주주들이 독식하게 됐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이들의 소송은 20년 넘게 논란이 돼 온 생보사 상장 문제를 다시 건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계의 가장 오래된 숙제 중 하나로 책 서너권을 채워도 부족할 이론과 우여곡절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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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년과 90년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은 차례로 증시 상장을 전제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합니다.
하지만 당시 증시에 물량부담 우려가 제기되고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상장은 무기 연기됩니다.
그러다 99년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채권단에 넘기면서 생보사 상장 문제는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됩니다.
하지만 2000년,그리고 2003년 금융감독 당국은 또다시 사회적 논란을 의식해 생보사 상장 문제를 덮어버리는 무소신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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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상장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국내 생보사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는 문제 - 즉 국내 생보사들이 주식회사인지, 아니면 상호회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
다음으로는 배당의 적정석 여부 - 과거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게 생보사들이 충분한 배당을 실시했는지 여부입니다.
끝으로 내부유보액의 성격과 처리방안 -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내부유보한 계약자 몫이 자본인지, 아니면 단순히 부채인지 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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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2월 윤증현(현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증권선물거래소 산하에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회가 다시 구성됩니다.(과거 금융당국 산하에 두던 자문위를 거래소 산하에 두는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지만 금융당국은 증시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 거래소이기 때문에 합리적이라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상장 자문위원장은 나동민 당시 KDI 박사.(나동민 당시 위원장은 이후 보험연구원장을 거쳐 NH농협 대표를 맡습니다) 나름 최고의 법률,보험,회계,재무 전문가들이 자문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공청회 등을 거쳐 2007년 1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세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회의 결론은 명쾌했습니다.
먼저 "국내 생보사는 법률적으로 주식회사다." 법인의 설립과 출자관계,구성원,최고 의사결정기관 등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운영 측면을 봐도 그렇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두번째 결론은 "국내 생보사의 과거 계약자 배당은 적절했다."
오히려 과도하게 배당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 곁들여졌습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자산할당 모형과 옵션 모델 등 이론적 검증을 통해 배당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했으며, 세계적 보험 계리 법인인 틸링호스트로부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분석이라는 검증도 거쳤다는 얘기였습니다.
끝으로 "재평가 적립금 중 내부유보액은 계약자 몫의 '부채'이다." 여기서는 계약자 몫이라는 부분보다 '부채'라는 사실, 즉 '자본'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자본'이 아니라 '부채'라는 사실은 보험 계약자들이 생보사가 상장할 때 주식을 배분받을 수 있는 근거가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곁들여서 상장 자문위는 "부동산 등 장기 투자자산의 미실현 평가이익은 상장 전에 계약자 배분이 필요없다"는 결론까지 내립니다.
이런 결론은 생보사 상장 차익의 분배를 주장해 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일부 학계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다는 뜻으로, 전적으로 생보사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소송을 낸 원고들의 주장도 이미 3년 전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회가 모두 '근거없음' 판정을 내린 해묵은 주장을 재탕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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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자문위의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금융당국 승인 아래 유가증권 상장 기준이 개정됐고 생보사 상장의 걸림돌은 제거됐습니다.
또 상장 자문위의 권고에 따라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이 20년 동안 공익재단에 1조5천억원을 출연하기로 하고, 매년 자금 집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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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실상 학계 자문을 구해 결론을 내린 사안에 대해 시민단체,그리고 일부 보험 계약자들은 왜 수긍하지 않고 다시 소송을 낸 것일까요?
그 대상이 <삼성>이고, 그리고 상장으로 생기는 <차익>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삼성생명의 자본금은 1,000억원. 액면가 5천원짜리 주식 2천만주가 발행돼 있습니다.
이 액면가 5천원짜리 주식은 삼성차 부채를 처리할 당시인 99년에는 70만원으로 평가됐고, 지금은 장외시장에서 130만원 안팎에서 호가가 나옵니다.
2천만주가 그대로 상장된다고 가정해도 현재의 장외 시세를 적용하면 시가총액 26조원이 된다는 뜻이고, 삼성생명의 주주들은 이제 260배에 달하는 차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 주주들은 대부분 삼성 계열사이고, 또 이건희 전 회장 일가입니다.
거기에 덤으로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삼성차 부채 문제도 손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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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측은 이미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즉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상장 방안이 정해졌고, 이제 실제 상장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의 발목 잡기 행태를 언제까지 용인해야 하냐고 펄쩍 뛰고 있습니다.
생보사 상장을 둘러싼 21년의 내막과 논란을 자세히 모르는 보험 계약자들에게 '어쩌면 큰 돈을 받아낼 수 있다'는,잘못된 환상만 심어주고, 결국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아니냐고도 되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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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와 보험 계약자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법률적인 판단을 받아보고 싶었을 겁니다.
왜 삼성이 뭐라도 하려 하면 뒷다리를 잡고 늘어지냐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의혹의 시선을 거두기 어렵게 만드는 사건들 - 편법과 불법을 줄타기했던 경영권 승계나 차명계좌의 비자금 - 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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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 자문위원회가 거래소 산하 기구였다는 점에서, 또 정부 승인 아래 상장 규정을 스스로 고친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소송이 거래소의 삼성생명 상장 심사 통과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상 정부가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통해 이끌어 낸 상장 자문위원회 최종안을 뒤집고, 계약자 몫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내는 것도 지난한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