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3통(통행.통관.통신)' 협의를 위한 군사실무회담과 관련, 수정 제의를 한 것은 다분히 기싸움의 냄새를 풍긴다.
우선 '23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대한 회신을 '마감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전한 것이 그렇다.
게다가 회담 개최 일자를 남측이 제안한 일자로부터 일주일 뒤(3월2일)로 잡고, 줄곧 판문점에서 이뤄져온 군사실무회담을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하자고 제안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이는 개성.금강산 관광 회담 추진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한 것과 거의 비슷한 행보다.
정부는 개성.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을 1월26~27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는 북한의 제의에 대해 역시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수정제의를 했다.
회담 일자를 2월8일로 미룬 것은 물론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회의를 하자고 장소를 바꿨으며, 북한이 이틀로 제안한 회의 일정도 하루로 줄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의 최대 민원 사항인 '3통' 문제를 활용, 북한이 남측에 당한 것을 보복하려는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그 이면에는 경제난 해결을 위해 남북대화를 갈구한다는 시각을 불식시키고, 대화의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회담 일정을 미룬 것은 북한도 남북관계가 큰 틀에서 풀리기 전에 세부 현안과 관련한 대화가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군사실무회담의 장소를 개성공단으로 제안한 것은 이 회담이 철저히 개성공단 현안에 국한된 것임을 분명히 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남북대화를 하기는 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정치.군사 관련 문제에서는 남측을 배제하려는 종전 입장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겨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수정 제의에 대해 일정은 수용하되, 장소는 판문점을 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남북간 신경전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