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주목을 받으며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화려하게 그 막을 올렸습니다. 아이티 출신 캐나다 최초의 흑인 총독 미카엘 장의 개회선언에 이어 성화가 점화되자 6만 관중의 감탄과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눈과 얼음의 축제가 시작된 밴쿠버의 밤은 열정과 환희로 뜨겁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국내 방송 사상 처음으로 SBS가 독점으로 중계보도하고 있습니다.
SBS는 이번 단독 중계가 과거 공동중계에 비해 양과 질에서 훨씬 나은 보도가 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방송편성시간이 과거 150시간에서 200시간 이상으로 늘어나고, 비인기종목도 대부분 생중계 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선수들의 금메달 은메달 소식을 전하는 SBS의 전파는 우리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기쁨을 주는 보도를 위해 몇 가지를 지적합니다.
우리에게 비인기종목인 스키점프, 모굴스키, 바이애슬론, 루지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도한 것은 올림픽의 진정한 도전정신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스포츠 과학의 비밀을 연속기획으로 설명하는 내용도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12일에 보도한 '멀리 나는 …스키점프, V형 자세의 비밀'은 스키를 V자로 벌리거 상체를 숙여서 양력을 높여야 더 오래 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선인줄 알았는데…휘어진 '황금날'의 비밀?'을 다룬 13일 보도는 쇼트트랙용 스케이트 날이 다소 휘어져 있어야 구심력을 키워 궤도 이탈 없이 속도를 유지하며 코너에 바짝 붙어서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스케이트 날 바닥도 가운데가 볼록한 타원형으로 해야 얼음과 닿는 면적을 최소화함으로서 속도의 손실을 막는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14일의 보도인 '빙판에 손은 왜 짚을까? 에서는 곡선구간으로 접어들 때 빙판을 왼손으로 짚고 쓰러지듯 몸을 기울여야 주로에서 이탈하지 않고, 메달 색깔을 결정하는 코너링 기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게 하는 친절한 보도였습니다. 이렇게 평소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적은 시청자들에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편성과 관련해 8시 뉴스 보도가 지나치게 올림픽에 편중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올림픽 개막 이후 전체 보도의 50%가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13일의 졸업식 뒤풀이로 남녀 학생의 옷을 벗기고 가혹행위를 한 사건에 대해서 단편적인 짧은 보도로 그치고 마는 사례가 생겼습니다. 국내외의 중요한 뉴스들이 지나친 올림픽 보도로 인해 소홀히 다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올림픽이 전 세계 화합의 축제이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스포츠 이벤트임은 분명하지만 뉴스 보도는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균형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번 중계와 관련해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제기되어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이 논란은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벌어질 때 마다 방송 3사가 같은 경기를 똑같이 중계하여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던 것과는 대조되는 주장입니다. 공공재인 전파를 동일한 보도로 낭비해서는 안되며, 다른 프로그램을 보려는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판받아온 공동중계를 옹호하는 셈입니다.
그동안 공동중계의 약속을 서로 위반하고 독점 중계를 선점한 배반의 역사가 있었던 것은 주지하는 사실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독 중계방송이 다른 방송사업자의 중계권과 시청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채널의 선택권을 포함하여 방송의 양과 질에서 시청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안일 수도 있음을 취재와 보도를 통해 보여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공동중계에 대한 그간의 비판과 독점중계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는 신선한 보도를 기대합니다. 멋진 승리뿐만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패배도 감동으로 다가오는 보도가 되어야 합니다. 금메달뿐만이 아니라 은메달 동메달도 소중하며, 메달을 따지 못해도 불굴의 도전정신이 지니는 값진 가치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차별적인 올림픽 보도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