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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영화 '김씨표류기' 세상 풍파에 표류하던 희망의 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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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은 희망과 자유 그리고 약간의 사랑

한 멀쩡한 남자가 휴대전화 통화를 끝낸 뒤 한강다리 난간 위에서 강으로 몸을 던진다.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덕분에 재취업도 안되고 2억 가까운 빚을 갚을 방법도 없고, 그 덕분에 능력없는 애인은 싫다는 여친에게 채인 그는 죽고자 했지만 결국 살아 강물에 흘러흘러 작은 섬에 이른다.

그 외딴 섬은 그가 뛰어내린 다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밤섬이었다.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사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생태계보전지역인 작은 섬, 그곳에서 그는 포기했던 삶을 다시 살아간다. 치열한 세상과 모진 풍파에 시달리며 잊고 살았던 참자유와 희망 그리고 그리움을 맨살로 느끼며 회색도시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한복판에 숨은 낙원을 만끽한다.

그 비밀스런 낙원은 무엇보다 시기-질투-탐욕이 전부인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 눈앞에 보여도 쉽게 다가설 수 없어 더욱 신비롭고 열대우림의 깊은 그곳과도 닮았다. 아니 영국의 작가 다니엘 디포가 1719년 발표한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그 섬과 흡사하다. 바다에 난파되어 무인도에 표착한 로빈슨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노예로 팔려가던 프라이데이를 구출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학창시절 '엠보싱'이라 놀림받으며 왕따로 살아온 지독한 대인기피증에 빠진 그녀를 생기넘치는 그만의 아늑한 섬으로 초대한다.

덕분에 그녀는 꽁꽁 걸어 잠궜던 자물쇠를 풀고 엄마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봄과 가을 일년에 두번 세상이 잠시 멈추는 그날 자신의 이름을 묻는 그를, 모진 세상과 해병대-공익들로부터 구하기 위해 전력질주 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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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을 포기했던 한 남자로부터 그녀도 힘을 얻었다.

세상-인간과의 소통-인연을 끊고 동굴서 살고자 하는 나를..

무인도에서 힘겹게 싹튼 옥수수와 오이, 고추, 가지 등 야채 그리고 눈물의 짜장면처럼 강 건너 삭막한 고층아파트에서 그를 줄곧 지켜보던 그녀에게도 싹튼 작은 희망-애정의 에너지 덕분에. 오리배마저 잃어버린 그가 삶의 희망을 또다시 내던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녀는 더욱 자기만의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둘은 다행히 만나 인사를 나누고 환하게 웃으며 흔들리는 버스에서 손을 잡는다.

다른 내일과 삶, 희망을 기대하며.

인천을 배경으로 했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이 지난 2009년 만든 영화 '김씨표류기'를 어젯밤 뒤늦게 볼 수 있었다. 영화를 통해 배우 정재영과 정려원의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TV드라마에서나 잠시 엿보던 정려원의 깨질듯이 가냘프고 여린 연기는 엉뚱하고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도 참 사랑스러웠다.

밤섬에서 서너달을 맘껏 보낸 정재영의 무인도 연기 또한 영화의 백미였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음에도 섬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웃지못할 에피소드(짜장면)는 여느 블록버스터보다 재미있었다. 자연-원초적인 재미뿐만 아니라 물신이 판치는 서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상이 가능한 희망을 선물해 줬다.

이장연 SBS U포터

http://ublog.sbs.co.kr/friday1519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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