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 선수의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소식으로 전국이 떠들석했던 어제(16일), 보건복지가족부가 의약품 약값 제도와 관련한 중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의약계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지만 약가 제도 자체가 복잡해 평범한 의료 소비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복지부의 발표 내용은 아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의약품을 싸게 사는 병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2) 리베이트를 주는 쪽만 처벌하던 것에서, 받는 의사나 약사도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 의약품 싸게 사면 인센티브 제공
모든 의약품은 정부가 정한 가격이 있습니다.
병·의원, 약국(이하 병원)은 제약사에서 약을 사면, 얼마에 샀는지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고, 신고한 액수만큼 돌려받습니다. 이를 실거래가 상환제 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제도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신고만 하면 신고액 만큼 돌려받을 수 있고 싸게 사도 병·의원에 돌아가는 이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병원은 고시가 1,000원짜리 약을 900원에 사든 1,000원에 사든 '정부 고시가의 상한선' 즉 1,000원에 샀다고 신고하고 1,000원을 돌려받아왔습니다.
반면 제약사는 병원에 약을 1,000원에 사주면 일정 부분을 리베이트로 주겠다는 거래를 시도할 수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 병원과 제약사는 의약품 99%를 각 의약품 고시가의 상한액으로 거래했다고 신고해왔습니다.
실제 거래 금액이 제대로 신고되지 않기 때문에 실거래가가 거의 파악되지 않았고, 정부가 실거래가를 파악해 약값을 내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도입한 게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즉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입니다.
병원이 약을 싸게 사면, 싸게 산 금액의 70%를 인센티브로 주겠다, 즉 약가 마진을 인정하고, 리베이트를 양성화시킨 겁니다.
이렇게 합법적으로 이윤을 챙길 수 있게 해줄테니, 병원들이 거래한 약가를 투명하게 신고하란 취지입니다.
지금까지는 유명무실한 제도 아래서 실거래가가 무시됐지만 새 제도하에선 어느 정도 실제 거래가 파악이 가능하고 이를 토대로 약값을 인하하는 게 가능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는 겁니다.
◎ 받은 쪽도 엄벌
쌍벌제 도입도 관심거립니다.
지금까지는 리베이트를 주고 받다 적발되면 준 쪽(제약사)만 처벌을 받아왔습니다.
의료법과 약사법에 해당 의사나 약사를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복지부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의료법과 약사법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리베이트를 주고 받는 제약사와 의사를 신고해, 혐의가 확인되면 신고자에게 3억원을 주는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쌍벌제는 국회에서 의료법과 약사법이 통과돼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복지부의 원안 또는 의원들이 스스로 발의한 쌍벌제 법안이 제 모습을 갖추고 통과할 수 있을지 기대를 해봅니다.
◎ 제약사들은 강력 반발
제약협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효과가 없을 거랍니다.
병원들은 인센티브를 받을지, 리베이트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되고, 병원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제약사들은 음성적으로 리베이트를 계속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합니다.
이 제도로 약가가 다운되면, 제약사 수익도 줄어 고용이 감소하고 연구개발 역량도 떨어질 거란 걱정도 내놨습니다.
◎ 하지만..
현재 리베이트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한 해 2조 원이 넘는 걸로 추정됩니다.
매달 월급에서 건강보험료로 빠져나가는 금쪽 같은 내 돈의 일부가 이런 식으로 제약업계-의약사 뒷거래로 새 나간다고 생각하면 열받으시죠?
새 제도가 제대로 정착해 의료기관, 약국이 5%만 약을 싸게 구입해도 환자부담금은 1,546억이 줄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액 4,121억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사회 최고의 엘리트들이라고 하는 의사, 약사들의 양심이, 그리고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업을 하는 제약기업들의 투명한 경영이 맞물려 이번에는 꼭 리베이트가 사라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