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이다. 설날 차례 준비에 바쁜 날이다. 설날 차례를 지내기 위해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 것을 세찬(歲饌)이라고 한다. 이 세찬은 살림살이 형편에 따라 달라진다. 떡방아간은 떡을 만들려는 사람들과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강진 재래시장 장옥 근처의 노점상도 바쁘기는 매한가지였다. 세찬 준비를 위해 장보러 나선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평소에 비해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상인들은 한숨이다.
강진 신전면에서 새송이버섯 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자신이 수확한 버섯을 들고 직접 판매에 나섰다. 새송이버섯 1kg에 5천원이다. 대목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다며 힘들어한다.
▲ 키조개를 파는 상인부부는 대목이라 그나마 났다고 했다.
장흥 수문앞바다에서 채취한 키조개를 파는 상인부부는 대목이라 그나마 났다고 했다. 키조개1망(4~50개)에 1만5천원이라고 한다. 정찬일(46)씨 부부다.
강진 재래시장이 지난해 9월부터 현대화시설 공사를 하고 있어서 재래시장 근처인 이곳에 자연스레 골목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기존 시장상인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강진읍 재래시장의 현대화 사업은 8800여㎡의 면적에 사업비 52억 원이 투입됐다. 재래시장 기능을 겸비한 상설시장 점포도 2천여㎡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식 건물로 새 단장이 되는 장옥은 전천후 개장이 가능하며 다양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된다. 2월말 개장할 예정이라며 상인들은 입주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강진 재래시장은 남도의 시장답게 어패류와 생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재래시장 물건이 저렴하다며 싸게 줄 테니 사가라는 상인, 지난번에 구입했는데 생선이 안 좋아 재 구매하러 와서 돈이 운다는 손님이 흥정을 하고 있다.
▲ 대롱대롱 매달린 명태 너머로 상인들의 지친 얼굴이 다가온다.
요 며칠째 비가 내리더니 섣달 그믐날에는 진눈깨비가 날린다. 귀가 시리다. 오가는 손님들은 가격을 묻고 되돌아서기가 일쑤다. 설을 하루 앞둔 대목인데도 장터 분위기가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롱대롱 매달린 명태 너머로 상인들의 지친 얼굴이 다가온다.
김동이 SBS U포터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