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추기경이자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주였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용인시 천주교 대교구 용인공원.
김 추기경의 선종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영하의 쌀쌀한 날씨 속에도 용인공원에는 김 추기경을 만나려는 신자와 일반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김 추기경의 묘소에는 이미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흰 국화꽃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라는 시편의 한 구절이 새겨진 그의 비석 위에는 건빵 10개와 편지 두 통이 올려져 있었다.
설을 맞아 조상에게 잔을 올리는 것처럼 그의 비석 옆에는 전통주 한통과 술이 가득 담긴 종이컵 술잔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시아버지.시어머니 묘소에 왔다가 김 추기경의 묘소에 들렀다는 오기화(60.여)씨는 "김 추기경님은 성서에 나와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사신 분"이라면서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라는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의 한 성당에 다닌다는 김재승(65)씨는 혼자 묘소에 찾아와 40여분 가까이 선종 1주년을 추모하는 위령기도를 올리고 성가를 부르면서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이날 오전 김 추기경의 묘소에는 수녀, 천주교 신자, 일반인 등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그를 추모하는 기도소리와 성가가 가득 울려 퍼졌다.
김 추기경을 모시고 난 뒤 이곳 용인공원에는 평일 최대 100명이던 방문객이 500-600명으로 늘었고 주말에는 1천명 가까운 신자와 일반인이 찾아와 김 추기경을 애도하고 있다.
선종 이후 지난 1년간 김 추기경 묘소에는 미사 등 공식적인 추모행사를 위해 13만3천여명의 신자가 찾아왔고 종교가 없는 일반인도 27만여명이 방문했다고 용인공원 관리사무소 측은 전했다.
김 추기경의 묘소를 찾는 추모객들이 편지를 써 그의 비석 옆에 놓고 가는 사례가 많아지자 관리사무소는 지난주부터 그의 묘소 인근에 '기도지향함'을 설치해 김 추기경에게 전하는 추모객의 글을 모으고 있다.
관리사무소 안병주 소장은 "올해 겨울은 한파에다 눈도 많이 왔지만 김 추기경님을 뵈려고 온 사람이 평일에는 200여명, 주말에는 4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면서 "종교와 날씨에 관계없이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랑의 가르침을 배우려는 일반인이 특히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묘원에서는 선종 1주년인 16일 공식적인 추모행사는 없지만 오전 11시 도곡동성당이 주관하는 미사가 열리며, 추모기간인 내달 28일까지 개별적인 추모 미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용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