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윤미네 집'을 취재했습니다.
남현동 언덕, 가로수가 끝나는 곳 공중전화 박스 옆에 故전몽각 선생님의 집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칠순은 넘긴 윤미의 어머니 이문강 여사를 만났습니다.
얼마 전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故전몽각 선생님이 쓰시던 그 카메라를 이제는 자신이 쓰신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사진집을 내면서 많이 힘드셔서 취재에 응하는 데도 좀 망설이셨답니다.
그가 없는데 달이 뜨면 어쩌나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봄이 오면 혼자서 어떻게 할까….
그와 함께 바라보던 숲을 향한 창가에서 낙엽이 후두두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남편과 다투던 그 시간이 그립다.
-- 복간된 사진집에 실린 이문강 여사 인터뷰 중에서 --
그의 카메라를…. 곰팡이가 낀 낡은 필름을…. 남현동 집 통창에 비친 앙상한 겨울 나무를 보는….
이문강 여사의 시선에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취재한답시고 기억을 후벼 파는 우리가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남현동 집을 나와 광화문에 있는 출판사를 찾아갔습니다.
'윤미네 집'의 복간을 기획한 포토존의 최재균 대표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찍은 사진처럼 아름다운 사진은 없다고….
'윤미네 집'을 넘기며 우리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건 바로 故전몽각 선생님이 딸 윤미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무언가를 카메라에 담아 뉴스를 만들어 내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최재균 대표같은 분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취재하는 대상에 대한 이해와 애정, 분노와 애환이 나의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하니 어깨가 조금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故전몽각 선생님, 이문강 여사, 취재균 대표…. 그들의 애정어린 시선이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선물 '윤미네 집'을 남겨주었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