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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가게'대책…"링거주사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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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SSM때문에 초토화되는 중소상인들을 살리겠다며 지원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대책의 핵심은 이른바 '나들가게'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전국의 동네 슈퍼를 한 데 묶어서 '나들가게'라는 이름으로 체인화 한다는 것이었죠.

이를 위해, 시설 현대화에 점포당 최대 1억원씩을 저리 대출해주고,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물건구매를 값싸게 대행해주기로 했습니다.

[홍석우/중소기업청장 : 나들가게 만개로 육성하겠다.중소 슈퍼들이 구매하는 양의 3%를 공동구매로 끌어올리겠다.]

이쯤에서 홍석우 중기청장에 대해 기자가 아는 것 몇 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경기고, 서울대를 나와 행정고시 23회로 관계에 입문한 홍청장은 엘리트로서의 발자취와는 사뭇 다르게, 정계와 언론에도 정평이 나 있는 소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훈남(?)입니다.

또, 최근 유행하는 '혼돈주'(막걸리+소주+사이다)를 통해 막걸리의 우수함을 알리는 자,타칭 '막걸리 전도사'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폭탄주를 처음으로 개발해 유행시킨 이른바 '원조'는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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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청장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1시간 전, 바로 옆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는 홍청장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영세 슈퍼 상인들과 토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최근 기업형 슈퍼인 SSM의 공세에 몰려 생존의 기반을 잠식당하고 있는 영세 상인들의 어조는 매우 격앙돼 있었고, 이때문에 청장을 앞에 두고 다분히 무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늘 웃는 표정의 홍청장은 언제나 그렇듯 미소를 잃지 않으며 경청하는 태도였습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바쁜 일정에 숨을 헐떡이며 홍청장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발표 내용을 훑어보는 기자는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차라리 발표하지 말지...' 그 이유를 뜯어보기로 할까요?

가끔씩, 서울 강북이나 교외지역에 '코사마트'라는 간판 보실 때가 많은데요,

바로 '코사마트'가 어찌보면 '나들가게'의 전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7년전, 전국의 골목 슈퍼들이 모여 체인명을 단일화해 탄생한 '코사마트'는 대규모 유통창고를 공유해 비용을 절감하는데 어느정도 성공했고, 영세 슈퍼의 낙후된 인테리어도 제법 세련되고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정도의 수준으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이 코사마트가 요즘은 어떻게 돼 있을까요?

수세에 몰리긴, 코사마트도 다른 영세슈퍼들과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코사마트 점주 : 평균이 3,40% 정도 매출이 급감했죠.  아얘 옆에 SSM이 붙어있는 경우는 70% 떨어진 곳도 있어요.

대형유통업체는 엄청난 마케팅과 광고, 코사마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량구매 능력이 있습니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한 번 쓸어가면 가격이 뛰어서 도저히 그가격에 우리가 살 수 없습니다.

여기에 각종 마일리지와 할인 같은 경영전략도 앞서 있죠.

요즘은 아얘 자기네들끼리 가격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코사마트는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등이 낀 새우입니다.]

이 지경인데, 동네슈퍼들에게 레노베이션 비용 1억원 꾸고, 또 얼마간의 저리 융자를 받아 '나들가게'를 세우라고 권하는게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요?

소상인들의 반응은 제가 예상했던대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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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극렬/전국시장연합회 회장 : 바로 죽게 생긴 중환자에게 수술은 하지 않고 링거주사만 꼽는 식입니다. 겉핥기 대책으로 현실성이 결여돼 있습니다.]

느슨한 정부 대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증상이 나타나는 속도가 금 빨랐습니다.

홍청장의 기자회견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무리의 도매상들이 기자회견장에 들이닥쳤습니다.

[이휘웅/전국도매상인연합회 대표 :  나들가게 1만개 세운다고 칩시다. 그리고 공동구매로 물건 싸게 구할 수 있게 해준다고 칩시다. 그러면 기존 동네슈퍼들에게 물건 공급하던 우리 도매유통상인들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도매상들의 전국적으로 2만명 가까이 되는데, 구조조정 당하게 되는 이 사람들의 생계는 과연 중소기업청이 생각하고 계십니까?]

이에 중기청은 나들가게를 위한 공동구매 사업에 도매업자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링거 대책'은 아닐른지....

그럼, 영세 도소매 상인들의 공통된 요구는 과연 뭘까요.

현재 신고만 하면 가능한 SSM을, 법을 개정해 허가제로 규제하자는겁니다.

하지만 정부는 허가제가 시장경제나 국제 통상규정에 어긋나는 만큼, SSM의 개점 요건을 강화하는 등록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인들은 등록제는 유통업체들이 느슨한 조건만 만족해 충분히 SSM을 늘려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누가 봐도 똑 떨어지는 해법을 찾기 매우 어려운 상황.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관할 관청인 중기청에게 주어진 숙명적인 과제입니다.

막걸리와 소주, 사이다가 기가막히게 섞여 조화를 이루는 홍청장의 '혼돈주' 처럼, 중기청과 홍 청장이 동네상권과 대형 선진유통 산업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대책 다운 대책'을 고안해 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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