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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잊은 아이티봉사단원' 우물 파느라 구슬땀

임시학교 개설에도 총력…"기뻐하는 이재민 보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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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을에서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아이를 봤는데 둘째도 딱 저럴 때이구나 싶었습니다. 설인데도 아버지가 옆에 있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의 e-나눔팀 김재학(31) 대리는 지난달 18일 봉사단원 10여명과 함께 아이티 지진피해 현장으로 파견돼 한 달 가까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한 김 대리는 "워낙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설이라는 단어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중심으로 구호활동을 펼치는 김 대리의 설 계획은 굿네이버스 봉사단원과 함께 먹을 물이 부족한 이재민을 위해 우물을 파는 것.

우물을 파는 장소는 포르토프랭스 내 메디안 지역으로 지진으로 남편을 잃고 가장이 된 어머니와 아이들이 머무를 터전을 일구기 위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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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다치거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아이들을 위해 임시학교도 개설할  계획이어서 김 대리의 설 연휴는 아이티에 온 이후 가장 바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유일하게 설 분위기를 느끼게 해줄 만한 것은 설 당일 식탁에 오를 예정인 떡국뿐이라고 했다.

김 대리는 "이곳에서 차로 5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무소가 있습니다. 주말에 이곳에 오시는 분께 떡 배달을 부탁했습니다. 제때 도착해야 떡국이라도 끓여 먹을텐데 이곳 사정이 불안해서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상점이 다시 영업을 시작하는 등 지진 발생 초기에 비하면 아이티 상황은 많이 안정됐다. 김 대리를 비롯한 구호단원들도 일주일 넘게 입은 탓에 땀에 찌든  옷을 갈아입을 만큼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김 대리는 "아이티에 온 직후는 여진으로 건물이 흔들리고 곳곳에 시신이  방치된 것을 보면서도 겁먹을 겨를도 없이 일했다"며 "구호활동 초반에 고생으로 몸무게가 5㎏이나 빠진 것에 비하면 지금은 대단히 호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몸은 고되지만, 이재민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쌀 한 가마니보다 무거운  구호텐트를 여성이 혼자 짊어진 채 현지어로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모습을 보면 피곤이 씻은 듯이 가신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들 생각이 떠오를 때면 가슴이 짠해진다. 11일 한국에 있는 아내와 통화한 김 대리는 두 살 된 첫째가 '나는 아빠가 좋아'라는 말을 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김 대리는 "여기서는 음식을 잘 못 먹으니까 한국의 풍성한 설이 그립습니다.  맛있는 것도 많고, 다 같이 앉아서 배 터지게 먹고도 싶고…. 하지만 지금은 굶주림과 싸우는 아이티 사람들을 돕는 것이 먼저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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