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요즘 유럽에서 나라 빚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이들 나라의 영어 이름 앞자리를 따서 글로벌 보고서와 언론에서는 'PIGS'라고 씁니다. 일종의 언어유희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돼지떼(pigs)와 같은 철자로 쓰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아일랜드를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이 남부유럽이라서 대부분은 PIGS를 더 많이 쓰죠.
이들 나라의 재정 적자 문제 때문에 금요일(5일) 유럽과 미국 증시가 먼저 폭락했고 우리 증시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습니다. 우리 코스피 지수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연중 최고점까지 뛰었습니다.
오늘(6일) 유럽증시는 또다시 급락하며 후폭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남부 유럽의 재정적자 우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간분야의 부실을 구조조정하지 못하고 나라가 빚을 내 모두 떠 앉은 여파였고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크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을 겪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왜 세계 증시는 '폭락의 금요일'을 보냈고 금융시장이 출렁거렸을까요?
그리고 이번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흐르게 될까요?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를 다시 침체로 떨어뜨릴 수 있는 이른바 더블 딥(Double Dip)을 가져올 '리만브라더스의 파산 수준의 위기' 일까요 아니면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고 회복됐던 지난해 11월 '두바이 쇼크급 위기'일까요?
남부유럽 국가 중에 파산이 나오는냐, 유럽 전체로 확산되느냐, 글로벌 금융 중심지이자 남부유럽 국가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준 영국까지 영향을 주느냐 등 짚어봐야 할 요소들이 많아서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지만 주된 궁금증 몇 가지를 문답형식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Q: 남부유럽 나라 빚 문제가 어제 오늘이 아니라며 왜 이렇게 급락하나?
A: 기본적으로는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커진 상태에서 금융 뿐 아니라 실물경기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재정적자' 라는 강력한 빌미가 등장했기때문입니다. 금융위기를 나라 빚으로 막았던 문제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들도 마찬가지여서 항상 잠재적인 위협으로 남아있었던 사안입니다.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세계 증시가 오른데는 '2010년 경기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고 기업실적들도 꽤 좋을 것' 이라는 기대가 미리 반영됐던 건데요. 하지만 정작 올해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 세계 경기가 정부의 극약처방 공동대응(막대한 재정투입+ 초저금리) 없이 민간부문이 자생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지표와 기업실적' 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기업실적 예상치도 지난해 말부터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중국이 예상보다 빠른 긴축카드를 쓰기 시작했고,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적 궁지를 타파하기 위해 은행규제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이른바 G2리스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돈 줄이 위축되고 불안심리가 커져 있었습니다.
위 2가지 위험이 금융시장을 주로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라면 남부유럽의 포르투갈,이태리,그리스,스페인(PIGS)의 나라 빚 문제는 잠재적이었지만 더 심각하게 보고 있었던 문제입니다.
이들 나라는 민간부문의 부실을 나라가 떠앉으면서 이미 빚이 GDP의 10%를 넘어 유럽중앙은행의 가이드 라인인 3%를 3배 이상 넘어섰습니다. 또 그리스는 돈을 더 풀지 못해 불만이 쌓이면서 총파업이 예고돼 있고, 스페인은 청년실업률만 44%가 넘어서는 등
사회 불안도 심각합니다. 그래서 오늘(5일)새벽 열린 유럽중앙은행 회의에서 뭔가 대책이 나와주길 바랬는데 달랑 기준 금리만 동결하고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스트라스 칸 IMF 총재가 "유로존에서 그리스를 지원해야 할 것 같다. 안 될 경우 IMF도 검토하겠다" 는 발언을 해 그리스가 거의 부도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 준 셈이 돼 버린거죠. 흔히들 유럽 강대국들이 결국 지원해서 해결될 문제이고 그리스나 포르투갈은 경제규모도 크지 않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제 코가 석자인 세계 각국 환경에서 쉽게 결정될 지는 지켜볼 문제입니다. 특히 스페인은 유럽 내 4번째로 큰 경제규모여서 비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미국과 달리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부실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죠.
Q 그래서 우리에게는 무슨 문제인데요?
A: 우리 증시를 포함한 신흥시장에서는 당분간 외국인들이 불안심리가 진정되기 전까지달러나 미 10년 국채처럼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극심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IMF의 그리스 긴급 지원 같은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 증시에서 돈이 빠지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경기 역시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때문에
달러 가치가 이상 급등하는 모습도 이어져 국제유가는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보일 것입니다. 환율급등 현상은 한국의 부도위험지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 외에 실물부문도 잠재적 위험이 있기는 마찬가집니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 수출국이자 우리 IT 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수출의 85%를 유럽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위기가 퍼져 수요가 줄면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겠죠.
미국이 회복속도가 더디고, 중국은 고삐를 조이고, 유럽까지 힘들어지면 쉽게말해
수출 덕 보기 어려워지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한 우리 경제에 부담은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시나리오의 전제는 현재보다 남부유럽 재정문제가 유로화의 틀 속에서 악화된다는 겁니다. 만약 포르투갈(P)이탈리아(I)그리스(G)스페인(S)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외부 지원이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아 유로화를 탈퇴하고 일부러 물가상승을 유발해 나라 빚 부담을 덜려고 한다면-인플레이션이 되면 돈 값이 떨어지니까 빚 진 사람은 실제 빚 부담이 줄어든다- 그건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