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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신용카드 취재 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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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4일 일요일, 집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 갔습니다.

해당 백화점에서 구매할 때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를 만들기 위해 카드 발급 부스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만난 아주머니(영업사원)는 저한테 "연회비가 없는 카드가 있다"며 자신있게 카드 한 장을 추천했습니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연회비는 무조건 내야하고, 연회비 없는 카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던 저는 놀랐습니다.

게다가 덧붙이는 말, "대신 금감원에서 단속이 너무 심해서 카드 청구서에만 연회비 만원이 표시가 돼요, 표시만 되는 거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주유상품권 만원짜리에 경품까지 주는데, 고객님이 손해보는 건 하나도 없죠."

두둥!

'취재를 해보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부터 몰래카메라를 들고, 대형 백화점과 마트 등을 돌아 다녔습니다.

신용카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자, 묻지도 않았는데 다들 연회비가 없는 카드가 있다며 침을 튀기며 추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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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연회비의 10%가 넘는 금액의 상품권이나 경품은 제공하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취재를 하다가 친구로부터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시를 합격하면, 당장 임용이 되지 않더라도 카드 발급을 해준다는 것.

즉,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라도 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법적으로,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고시생 할아버지라도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없습니다.

남은 건, 실제로 이와 같은 경험을 겪은 사람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지난해 말 행정고시에 합격한 대학생 A씨를 만났습니다.

아직 대학생인 A씨는 지난 1월 6일 합격증을 받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날 합격증을 받는 장소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10명이 넘는 카드사 영업사원 아주머니들이 A씨를 비롯한 행시 합격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양손에는 물론 각종 경품과 카드발급신청서가 잔뜩 들려 있었습니다.

합격생들은 이리저리 아주머니들 손에 이끌려 한 자리에서 4~5개나 되는 신용카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여러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발급해주기도 하고요.

A씨도 그곳에서 3개나 되는 신용카드를 만들고, 백화점 상품권과 경품을 잔뜩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A씨가 대학생인지, 졸업은 했는지, 소득은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합격생이라는 이유로 카드 발급서를 쓰게 한 것이죠.

고시 합격자 이외에 의대생들한테도 이런 일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카드사나 금융당국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업현장 말단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실질적인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영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난 모른다"

이 말이 과연 면죄부가 될까요?

영업현장도 그 카드사의 일부, 아니, 어떻게 보면 기업의 목숨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곳 아닐까요.

"내 손이 하는 일이라 난 모르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모 보험회사의 광고 멘트가 떠오릅니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2003년 카드대란의 악몽과 상처가 여전한데, 또 다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카드 발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단속과 카드사의 자발적인 노력 없인 제2, 제 3의 카드대란이 또 오지 말란 법..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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