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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변소가는 사람'이 대변인?

대변인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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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이 뭐하는 사람인가요?"

"아~ 대신 변소가는 사람이지요"라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대신 말하는 사람', 또는 '대표해서 말하는 사람'으로 설명해야 옳겠죠.

자기가 직접 말하면 될 것을, 왜 이런 사람을 두는 것일까요?

중요한 사람이거나, 큰 조직이다 보면 매 사안마다 그 조직의 대표되는 사람이 나서서 설명을 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어서 이런 사람을 두는 것이죠.

각 정당은 물론이고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같은 공공기관에서부터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공보관', '홍보담당관', '대변인' 등 이름만 다를 뿐 영어로 spokesman의 기능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반 기업들의 홍보책임자나 유명 연예인들이 소속해 있는 기획사 역시 넓은 의미의 '대변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변인이 '입'을 여는 대상은 주로 기자들입니다. 기자가 어떤 사안을 취재할 때 궁금한 내용을 묻거나 확인할 때 해당 단체나 기관의 최고 책임자, 또는 실무 책임자만큼 확실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입시에서 논술을 폐지할 것인가'라는 이슈를 취재할 때 교육부장관에게 물어보면 가장 확실한 답이 나오겠지요. 하지만 기자들이 일일이 교육부장관에게 물어보게 되면 장관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을 만큼 복잡할 것이고, 또 아직은 발표단계가 아닌데 대답이 곤란한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때문에 바로 이 대변인 제도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대변인의 입을 주시합니다. 어떤 중요한 내용의 발표에서부터 취재한 내용의 확인에 이르기까지 대변인의 입에 많이 의존하지요. 때문에 대변인의 '정직'은 매우 강조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기자가 어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물었을 때 잘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입장이 곤란하다고 해서 거짓말, 또는 왜곡된 설명을 하면 기자는 그 말을 믿고 오보를 날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변인들은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정확히 확인해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기술'을 익힙니다. 국민의 정부 말기때 청와대를 출입했던 저 역시 이런 상황을 자주 대했습니다. Yes와 No로 확실히 답하기 어려울 때, 대변인들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등의 애매한 말로 답을 피합니다. 이럴 때 기자들은 대답의 뒤에 숨어있는 의미를 해석하느라 머리를 분주히 굴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 확정된 바 없다"에서는 "검토를 하고 있거나 거의 확정됐는데, 최종 발표단계는 아니다"거나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나는 모르는 내용이다"가 아니라 "그렇긴 한데 확인해 주기 곤란하니 그렇게 알아라"는 등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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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정직성입니다. 입장이 곤란하다고 해서 그런 것을 아니라고 대답하거나, 아닌 것을 그렇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나중에 확인 결과 거짓말로 들통나면 '대변인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나라당을 출입할 때였습니다. 참여정부 초기였는데,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지방행사에서 무슨 말을 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솔직히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습니다. 별로 중요한 행사가 아닌데다 지방에서 벌어지는 행사라 취재기자 대부분이 참석을 하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촬영하던 카메라기자로부터 그런 내용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1야당 대표가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언급치고는 이례적이라는 생각에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현장을 수행하던 당 대변인에게 전화로 물었습니다. 하지만 대변인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래서 아닌가보다 하고 그냥 넘길 뻔 했지요. 그런데 현장에서 송출한 행사화면을 다시 돌려본 결과 정확하게 그런 말이 녹화돼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날 저녁 뉴스로 그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우리 뿐 아니라 타사 역시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불똥은 대변인에게 떨어졌습니다. 기자들이 확인차 전화를 걸었을 때 분명히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확인'해줬던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으로 찍혀 거센 항의를 받은 것은 물론 그 이후로 기자들에게 대변인 대접을 받기 힘든 지경까지 갔습니다.

대변인의 거짓말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최근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BBC 인터뷰 내용을 왜곡해서 브리핑했다고 해, 김은혜 대변인의 진퇴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발언은 "올해 안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를 김은혜 대변인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로 바꾼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언뜻 보기에는 그 말이 그 말 같지만,사실 외교적인 해석으로 들여다 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앞에 것은 '지금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데,올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뒤에 것은 '지금 정상회담이 추진되지는 않지만 만나게 되면 만나고 안만나면 말고..'식의 아주 원론적인 설명에 불과한 것입니다.

기자 출신인 김은혜 대변인이 이 말의 뉘앙스가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는 없습니다. 김 대변인은 나중에 문제가 되자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앞선 것으로 판단해 대통령에게 진의를 묻고 발표 내용을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해명'이 아니라 '변명'이라고 해야 합니다. 설령 김은혜 대변인의 말을 100% 수용하더라도, 기자들에게는 그렇게 브리핑을 해서는 안됐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올해 안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이건 사실과 다른 너무 앞선 말씀이셔서, 인터뷰가 끝난 뒤 진의를 확인한 결과 '만나게 되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인 말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브리핑을 했어야 기자들이 제대로 기사를 썼을 것이고, 김은혜 대변인은 '거짓말 한 대변인'이라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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