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혹독한 1월을 보냈습니다. 낙관적 전망이 넘쳐나 주가가 오른다는 '1월효과'는 결국 실종됐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과 일본,홍콩 등 주요 증시가 대부분 지난달 3%에서 심지어 8%까지 급락했습니다.
1월 증시를 보통 한 해 증시의 축소판이라고 하는데요. 올해 각 국이 풀린 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얼마나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할 지를 1월에 확실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최악을 벗어나면서 이제 각국 정부가 정책보조를 맞추기보다는 자기 나라의 문제를 먼저 챙기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높은 성장율에 풀린 돈까지 많은 곳에서는 벌써 돈 줄 조이기를 시작했습니다. 은행이 대출을 적게 해 주도록 해 돈 줄을 조이는 지급준비율을 올렸죠.
미국은 증시가 흔들리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세금으로 살아난 뒤 보너스만 챙긴 대형 은행들에 대한 규제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미 상원에서 은행규제 관련 법안의 청문회가 열리는데 여기서 쏟아지는 말들이 다시 증시를 들썩이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해당국의 국가부도위험지수가 사상 최고치가 됐습니다. 이렇게 나라 빚이 문제인 회원국이 많아서 유로화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모두 제 코가 석자라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는 정책수단으로 세계 증시 급락하더라도 그리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더 큰 문제는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데요. 경기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반등했던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4분기부터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위기에서는 중국이 먼저 반등하고 다른 나라들이 순차적으로 따랐던 만큼 이제 다른 나라들도 중국의 뒤를 따라 경기가 꺾일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말입니다.
미국도 지난해 성장률이 2차대전 이후 최악(-0.2%)을 기록했고, 4분기 성장률(전년대비 5.7%)이 6년만에 가장 높았지만 재고증가 같은 일시적 효과를 제외하면 2%대로 실망스럽다는 평가입니다.
경제위기를 예측했던 뉴욕대 루비니 교수도 미국의 하반기 성장률이 1.5%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이번 주 미국의 1월 제조업 지수와 일자리 지표가 쏟아지는데 흐름의 변화가 있는 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3대 해외 악재로 흔들리면서 코스피 1600선이 위협받고 있는 우리 증시 상황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이제 200일 동안 무너지지 않았던 코스피 1550선을 지지선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지금은 지지선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고, 올해 경기와 기업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스닥은 돈이 빠지는 속도가 훨씬 빠른데요. 빚 내서 주식투자한 물량이 코스닥에 많아서 추가 하락할 경우 증권사들이 이 물량을 팔고 이에 따라 다시 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심리가 회복되려면 해외 악재도 잠잠해질 필요가 있지만 경기와 기업 실적 같은 기초체력이 쑥쑥 좋아지는 결과가 나와야할 텐데요. 주가보다 한 발 먼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경기선행지수는 오히려 1월에 고점을 찍고 꺾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미 소비자나 기업들이 앞으로의 경기를 주관적으로 전망한 지수가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고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고, 지난달 경기선행지수도 오르긴 했지만 상승폭이 줄었기때문인데요. 물론 우리 기업들의 올해 예상이익 증가율이 30%가 넘을 만큼 좋습니다. 다만 이렇게 눈 높이가 높기때문에 충족이 안 되면 주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걱정스러운 건 미국 IT 기업들 가운데 퀄컴에 이어 세계 1위 플래시 메모리카드 업체 샌디스크가 내놓은 올 2분기 실적 전망이 기대치보다 낮았습니다. IT가 주도하는 우리 증시에서 우리 IT 업체들은 어떤 실적을 내놓을 지에 시장의 관심이 온통 집중된 분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