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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출근 성실한 이웃에게…'묻지마' 공기총

"차 문 열고, 머리에 총 겨눠" 소름돋는 묻지마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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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새벽. 주차장.

식품회사에 다니는, 세 아이의 아빠인 50살 남성이 있습니다.

모두가 곤히 잠들어 있는 일요일 새벽 6시, 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차에 쌓인 먼지를 털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려던 그 때, 공기총을 든 남성이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다가갑니다.

화가 무척 난 듯 빠르고,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몸짓.

운전석 문이 빠르게 열렸다 닫히고, 공기총을 든 남성은 조금 전 보다는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걸어나옵니다.

조금은 상기된 듯한 그의 얼굴.

새벽까지 마신 술 기운이 남아있는 듯 비틀비틀 거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다시 한 번 운전석 쪽으로 가 무언가를 확인하고 돌아옵니다.

경찰이 오고…운전석 안에서 축 늘어진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가고….

# 2. 묻지마.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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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찰서를 먼저 찾아갔습니다.

성남에서 고교생들에게 공기총 난사를 했던 사건이  불과 보름전인데 "또, 공기총이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죠.

새벽에 난 이 사건 때문에 예민해져 있는 팀장과 형님들을 잘 설득해 공기총을 꺼냅니다.

뿔 여러개 달린 사슴들이 예쁘게 조각되어 있는 커다란 공기총.

딱 사냥용 총인데, 이걸 사람에게 쐈구나 하는 생각에 속에서 덩어리가 치밉니다.

공기총의 주인에게 영장 신청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아직 안하셨답니다. 왜일까요.

긴급체포 후 36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게 절대 아닙니다.

공기총에 맞은 그 남성이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상황이라 혐의가 '살인미수'에서 '살인'으로 바뀔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왜 총을 쏜거냐고 물어봅니다.

몇 몇 언론에 나온 것처럼 부인의 늦은 귀가 문제를 놓고 전화로 다투다 공기총을 들고 부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가는 길에 피해 남성이 째려보는 바람에 욱 해서 그런건지 구체적으로 포함해서 묻습니다.

머리 희끗희끗한, 얼굴은 무섭지만 다정한 팀장님.

"아니야. 처음에 지구대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말했는데 아니래. 새벽 4시쯤부터 계속 마누라한테 전화를 걸다가 '너 거기 있어라' 내가 가겠다 하면서 공기총을 들고 나간거야. 동기 부분에 대해서도 물어봤지. 지가 쏘기는 쐈는데 왜 쐈는지는 지도 모르겠대. 쳐다봐서 쐈다고들 하는데 이미 피해자는 차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어. 공기총 들고 내려오는 장면이랑 시간 차가 좀 있는 거지. 차에 타고 나서야 이 사람이 나타난 거니까 말이 안 맞잖아."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무서워집니다. 이런게 바로 묻지마 범죄죠.

이유도 정해진 대상도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분풀이를 하는 범죄.

아파트를 찾아갔습니다. 운전석도 조수석도 총을 맞았을 당시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하얀 방석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고, 등받이도 바닥도 모두 피투성입니다.

갑자기 총을 든 남성이 다가와 차 문을 열고, 머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을 상상하니까 속 마저 울렁 거립니다.

# 3. 남겨진 자. 눈빛

다른 사람의 아픔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꺼려하는 취재인 피해 가족을 만나러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안산시 전체에 짙게 깔린 안개 만큼이나 무겁고 침울한 중환자실 앞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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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너무 울어서 눈이 빨간 가족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심장 정지된거 CPR해서 살려놓은 거예요. 지금도 맥박만 뛰지 발 끝부터 점점 차가워져 가고 있어요. 치고받고 싸우다 이런 일이 생겼으면 누구한테 할 말은 없을텐데. 말 한마디도 못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니. 죄라면 정말 열심히 산 죄밖에 없어요. 일요일 새벽에도 돈 벌려고 출근하고. 참….그 누구한테 말 한마디 악한 소리 안하던 사람인데…. 오늘 못 버틸거 같아요…."

어머님의 어깨 두드려드리고, 손 한번 잡아드리는 거 외에는 할 수 없었던 그 순간을 뒤로 하고 회사로 들어온 지 2시간.

안타깝게도 그 분은 이 세상을 등지셨습니다.

두 딸과 한 아들의 아버지셨던 그 분.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혼절하셨다던 그 노모.

누군가가 분을 못이겨 저지른 범행이 다른 사람의 가슴에 피멍으로 남는 순간입니다.

# 4. 예전 기억

벌써 2007년, 몸도 마음도 추웠던 수습 기자 시절.

제가 선배에게 보고를 했던 강도 사건이 생각납니다.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여성들이 핸드백을 들고 전화통화를 하며 정신 없이 차에 타는 순간 몰래 같이 뒷좌석에 탔다가… 차가 출발하면 칼을 들이대고 돈을 요구했던, 그 놈.

그 사건 취재 이후로 저는 차에 타자마자 문을 잠그는 습관을 들였지만 이번 사건은 차를 잠그는 것 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총을 든 미친X의 범행이니..

원한에 의한 살인이 백번 낫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당분간은 사람을 쏜 후에도 흔들리지 않던 CCTV 속 그 사람의 눈을 잊기 어렵겠지요.

누구나 쉽게 총기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있고, 겨우 1년에 한 번 이뤄지는 실태 조사가 잦은 공기총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저는 이런 묻지마 사고가 날 때마다 근본적으로 성격이 이상한 사람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참으로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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