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여파 속에 급히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안타까운 결단을 내립니다.
바로 자신의 종신보험을 해약하는 선택이죠. 본인이 사망해야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은 급할 때.. 적금에 이어 해약 2순위가 되기 딱 좋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을 위해서, 혹은 계약내용에 따라 암 발생이나 사고 발생 상황까지 보장해주는 종신보험을 해약하는 것은 본인에게 경제적으로 큰 손실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가입기간이 길어 꽤 오랫동안 5년 이상 납입한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한 외국계 생명보험사 창구에 무작정 가보니 어렵지 않게 해약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80세 넘어야 제돈을 받는 건데.. 상황이 급하니 어떻게 해..가져다가 써야지"
긴 한숨에 보험을 해약하는 한 아주머니를 바라보는 저도 그랬지만, 보험사 창구직원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인 듯 했습니다.
"나이 드신 분에게 자꾸 설명하고 만류하는 것도 싫으실 것 같아서..그냥 해드릴께요."
이렇게 말하는 속 깊은 여직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생명보험 해약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통계를 살펴 볼까요?
신규가입 대비 종신보험 해약건수는 2006년 29.83%, 2007년 27.92%, 2008년에는 42.25%로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2008년 말부터 해약이 급증해 10월에 55.7%, 11월 56%로 정점을 찍었고 2009년부터 꾸준히 50%를 넘고 있습니다. 10명이 가입하면 5명은 해약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환급액은 적습니다.
물론 보험료는 경제 원리로 봐도 저축성 보험이 아닌이상 다 돌려받을 수는 없는 돈입니다. 6년 동안 매달 6만4천원씩, 꼬박꼬박 종신보험료를 냈던 주부 김 모 씨는 생계를 위해 꼭 필요한 차를 사기위해서 고민 끝에 결국 해약을 결정했습니다. 납입한 보험료의 총액은 468만 원인데 환급액은 207만7천 원 정도였습니다. 절반이 안됐지만, 김 씨는 '보험이 다 그런거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보험은 저축과 다릅니다. 가입한지 한달, 한번의 보험료를 냈다고 해도 혹시 사망등의 변을 당하면 10억 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1998년 실제 외국계 보험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보험에 가입한 이상 자신의 사망,사고, 암 등 계약에 따라 여러가지 위험상황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 원리는 기본적으로 '품앗이'에 가깝습니다.
수많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모여 큰 돈이 되고 가입자 중 누군가 나쁜 일을 당하면 그 돈으로 몫돈을 준다는 개념이죠. 가입자 모두가 한꺼번에 큰 돈을 받는 건 아니지만, 정말 필요할 때 받게 되니.. 사실상 큰 돈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겠죠.
하지만 요즘처럼 보험 해약이 급증할 때는 이런 생각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입한 기간 동안 위험보장은 받았지만, 해약할 때는 저축한 사람의 심정처럼 '반토막'환급액에 절망하게 됩니다. 또 보험사가 손쉽게 챙겨가는 돈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의심도 당연히 다가오게 됩니다.
국회 정무위 자료를 볼까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보험을 해약한 사람들은 모두 35만2천4백24명에 이릅니다. 이들이 납입한 보험료를 합산해보니 3조4천1백83억 원, 돌려받은 환급액을 합하니 1조8천3백83억 원에 이릅니다. 53.6% 정도... 결국 남은 1조6천억 원이 궁금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위험보장비와 보험사의 영업비용이 일부를 차지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낸 보험료의 30% 정도는 '예정사업비' 명목으로 보험사 몫이 되는데, 이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드는 영업비, 상품개발 비용등이 포함된다는게 보험업계의 일관된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 내역에 대해 업계는 오랫동안 정확한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해약자 급증세가 보험사의 배를 불린다는 추측이 나오게 됩니다. 또 해약자가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다른 보험에 재가입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더하면 '보험사들이 손해 볼 일은 없다'는 지적은 당연해보입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이 발의한 '생명보험 전매제도'는 이런 가입자들의 손해를 최대한 줄여보자는 취지입니다. 5년 이상된 보험계약의 경우, 다른 제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해, 해약보다는 나은 조건으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예를 들어 5년 생명보험을 납입한 A가 B에게 그 계약을 팔았다고 칩시다. 그럼 B는 보험금 수령권리를 양도받는 것이어서, 나중에 A가 사망하면 해당 보험금을 받게된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거래는 모두 보험 전매전문중개회사를 통해 이뤄지도록 하자는 내용입니다. 보험업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혹시 사채업자나 악당일 수도 있는 B가계약을 인수한 뒤 보험금을 빨리 받기위해 A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또 사주를 통해 무슨 일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사람 생명이 걸린 보험계약을 사고파는 것 자체가 인명경시적이라는 비판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업계의 이런 반발이 해약을 통해 얻는 이익을 감안한 것은 절대 아니길 바랍니다.
건전한 논의는 아마도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