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법원이 내린 세 건의 무죄 판결 때문에 온나라가 어수선합니다. '흥분했으니 나도 무죄'라는 말이 새 유행어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검찰도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전에 없이 강한 어조로 비판에 나서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의 골도 깊어가고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대한변호사협회가 낸 비판 성명 내용은 물론, 성명을 내는 것이 옳은 일이었는지를 두고서도 변호사 사회 내부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이쯤되면 출근하는 대법원장 관용차에 계란을 던진 일은 뉴스감도 안 되는 모양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일이겠지요. 통계를 하나 볼까요. 지난 5년동안 형사재판을 받은 600 만명 가운데 무죄가 난 비율은 한 해 평균 0.27% 였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겠지만, 저는 그저 '무죄가 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로 보겠습니다. 결국, 검찰도 합리적으로 기소(수사를 끝내고 피고인을 재판에 넘기는 일을 말합니다)하고, 법원도 합리적으로 재판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잇따라 내려지는 무죄 판결을 보면서 기소가 능사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리가 무너지고, 회사가 부도나면, 사람들은 수사기관에 드나듭니다. 그리고는 감옥에 들어가고, 징역을 살거나 벌금을 물게 됩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니 배임이니 하는 '죄인'이 되어서 말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면 국가가 나서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일텐데요, 국회사무처장에 대한 항의와 교사들의 시국선언,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가 이른바 '국가형벌권'이 적용되어야 하는 영역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문제와는 다릅니다. MBC PD수첩 보도에 대해서 우리 법원은 보도 내용과 다른 몇몇 사실들에 대해 정정보도를 하라고 명령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한 것은 아니니 형사처벌감은 아니라는 뜻인 것이지요.
아직까지는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사법부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꼭 '콩밥을 먹어봐야'만 정신을 차리는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