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45분쯤 경기도 성남 신흥동.
분식점을 하는 A씨는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거리는 아직 컴컴했고, 저 아래 유흥가의 불빛과 어두운 가로등 불이 쓸쓸한 거리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10미터 아래에 놓인 하얀 편의점 간판을 보며 내려가려는데, 그런데 뭔가 하늘 위에서 주륵 내려와 있었습니다.
'음.. 고압전선 같은데?'
내리는 비에 혹시 다치지 않을까 걱정한 그는 전선이 내려와 있는 인도를 피해 차도로 돌아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00 한 갑 주세요."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번쩍였습니다.
그는 방금 편의점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옆을 지나간 두 여자가 떠올랐습니다.
한 여자는 차도로 튕겨져 나가 쓰러져 있었고, 다른 한 여자는 등에 불이 붙어 인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어느새 편의점 학생이 소화기를 들고 나와 불을 서둘러 껐고, 그 사이 차도에 쓰러져 있던 여자는 건너편 횟집으로 가 살려달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쓰러져 있는 여자는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바로 옆에 있는 지구대에 뛰어 들어갔습니다.
"사람이 다쳤어요! 뭐하고 있어요!"
소방대원들도 나왔고, 의경들과 경찰들도 나왔지만 쉽게 다가서지도 못했습니다. 2만 3천볼트의 고압이 흐르고 있고, 비까지 내려 감전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취객들도 몰려들어 왜 저 여자를 안구하냐며 소방대원, 경찰에게 시비를 걸었지만, 그들도 방법이 없었습니다. 15분여가 지나고 깨어난 20살 최 모 양은 신음을 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그렇게 작은 소리를 낼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보다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구하겠다며 다가섰지만 저지를 당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뭐하는 거냐며 욕을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한전이 도착해 다른 쪽 전선을 끊었습니다. 그러자 도로를 비치던 불빛이 팍 꺼졌습니다. 40분 정도 거리에 쓰러져 있던 최 양은, 그제야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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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일) 오후 한국전력 성남지사.
"지난달 29일에도 점검을 나갔었습니다. 저희 분기별로 점검하고 있어요."
"오래되면서 애자(송전선 절연하고 유지하는 절연체)에 먼지가 꼈어요. 거기에 자꾸 먼지가 붙었고, 오래되면서 생긴 틈을 자꾸 벌린 거죠. 그러면서 누전이 있었는데, 어제 비가 왔잖아요. 그래서 이 애자가 터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전선이 끊어진 것이고.. 끊어진 전선이 피해자의 등을 스치면서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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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많은 사람들이 빚어낸 인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전 측에서도 억울하긴 하겠지만, 오늘 돌아다니면서 전봇대를 올려다보니 저렇게 정신없이 많은 전선들이 달려있는데 사고가 안날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다친 두 20대 여성도 왜 돌아가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바로 신고를 했다면.. 이런 생각도 들고.. 소방대원들과 경찰들도 적절한 절연 도구를 갖고 있어서 최 양도 더 빨리 옮겨질 수 있었다면, 오늘 수술이 조금 더 성공적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의 한마디는 진부했지만 입맛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선진국 되기는 멀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