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으면 대통령 얼굴 좀 봅시다."
12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지진이 덮치고 간 뒤 현지 주민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살 곳을 졸지에 잃은 슬픔과 함께, '무정부 상태'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만큼 무기력한 정부의 모습에 또 한 번 절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지진 발생 후 "대통령이 있기는 한 거냐"는 비난에 시달리는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의 성장 배경과 정치 입문 이후의 과정을 소개하고, 그가 적잖은 정치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아이티 농무장관 출신을 아버지로 뒀던 프레발은 뒤발리에 독재정권을 피해 망명한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다.
그는 벨기에와 이탈리아에서 공부했고, 미국 브루클린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1980년대 아이티로 돌아온 프레발은 포르토프랭스에 제과점을 열고 어려운 이들에게 빵을 기부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민주화 운동가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를 알게 됐고, 1990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총리로 임명됐다.
아리스타드가 온정주의와 부패 추문에 시달리다 군부세력의 쿠데타로 망명한 뒤 프레발은 '아리스타드의 분신'임을 내세우며 1996년과 2006년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 출마, 빈곤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다.
그러나 프레발은 일부 공기업을 민영화해 엘리트층에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받는 등 아리스티드의 라발라스당과는 노선상의 거리를 두고 온건한 정책을 펴 지지층의 실망을 불렀고, 정부 조직에 만연한 부패에도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심지어 아이티에서는 이번 지진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활발한 역할을 기대하면서도, 공무원들이 구호물자를 횡령할 것을 우려해 정부와 구호단체의 접촉이 없기를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망명 중인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은 지진 발생 다음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그러나 아이티 빈곤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아리스티드가 귀국하면 정부의 재건활동에서 정치세력 간 다툼이 벌어질 우려가 있어 프레발 대통령이 그를 환영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WP는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