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며 '강경 신호'의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북한이 이틀 전 '급변사태' 관련 언론 보도를 빌미 삼아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비난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육.해.공군 합동훈련 참관 사실을 보도하는 등 잇달아 강경한 대남 신호를 보낸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연초 개성.금강산 관광 관련 실무접촉을 제의하고, 옥수수 1만t 지원 수용의사를 통보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행보를 이어가다 갑자기 다른 신호를 보내는 배경이 파악돼야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강온 양면 행보'에 담긴 북한 수뇌부의 의중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일단 북한이 작년 8월 시작한 남북관계 개선 행보를 완전히 접을 생각은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록 성명 발표 주체가 최고위 지도기관이라는 점은 심상치 않지만 지난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대남 기조를 재확인한 북한이 '급변사태' 관련 보도를 빌미로 급격한 정책 전환을 했다고 볼 근거는 미약하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기존 대남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신 당국은 북한 특유의 '강온 양면 전술'이거나 내부 혼선 가능성 쪽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자신들의 남북관계 개선 기조와 관련, '대남 지원 호소'라는 해석이 제기되는데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거나 '내민 손을 잡지 않으면 다시 긴장상태로 갈 수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당국은 '급변사태'라는 민감한 소재가 서울발로 제기되면서 군부의 목소리가 일시적으로 강하게 표출된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주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후계구도와 맞물린 당과 군의 갈등 속에 대남 유화기조에 불만을 품은 군의 강경 메시지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보고있다.
한 당국자는 "과거 남북 당국간 대화가 활발하게 되고 있을 때도 군부의 강경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었고, 반대로 재작년 당국간 대화가 중단됐을 때도 군부간의 대화는 있었다"며 군부의 목소리가 전체적 대남기조와 별도로 움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북한 대남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정부는 19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인 해외공단 시찰 관련 평가회의의 성사 여부 및 논의 내용을 지켜보면 북한의 의중이 개략적이나마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북한이 대남 유화기조를 강경기조로 바꾸려하거나, 남북관계의 일시적 냉각기를 갖고자 한다면 18일 중으로 평가회의의 취소를 통보할 수 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북한은 개성공단 실무회담 개최에 앞선 의제 조율의 장이 될 평가회의를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물론 회의에서도 뭔가 일을 풀어 나가려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게 당국의 예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정부는 중심을 잡고 정책을 펴 나갈 것"이라며 "현재로선 대북 옥수수 지원과 관련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북한의 금강산 관광 관련 접촉 제의에 대해 검토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선 19일 해외공단 시찰 관련 평가회의가 있으니 북한이 어떤 대남 기조로 나올지는 하루 이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