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이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배상 의무가 없다는 14일 법원의 판결은 해킹을 당한 기업이 자진신고하는 문화가 마련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옥션의 손을 들어준 취지는 "옥션이 관련법에 정해진 기준을 어겼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법에 정해진 보안 수준을 유지한 상황에서 해킹을 당한 것은 고도화된 해킹 기법상 불가항력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옥션이 해킹을 당한 뒤 자진신고를 한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해킹당하더라도 집단소송을 우려해 '쉬쉬'해온 게 관행이었다.
옥션이 2008년 해킹당한 사실을 공개하고, 각 개인에게 유출 확인 시스템을 제공한 것은 당시 '자살행위'라는 평가가 내려질 정도였다.
기업 내부에서 로그 기록 삭제 등으로 해킹을 당한 흔적을 지워버리고 잡아뗀다면 외부에서 해킹 사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보안업계에서는 기업 내부자가 저지른 정보유출 사례를 제외하고, 상당수의 기업이 해킹을 당했더라도 감춰왔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진신고는 정보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다.
정보가 유출된 개인이 보이스피싱 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데다, 아이디나 비밀번호 등을 변경할 경우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보자 해커가 아닌 이상 수사당국이 해커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유출된 정보를 조기에 거둬들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개개인의 조치는 중요하다. 중국발 해킹으로 추정되는 옥션 사건의 경우도 아직 핵심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기업이 고객정보 침해사실을 고지하지 않으면 상당한 수준의 민사 책임을 지는 등 가중처벌되는데 국내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자진신고 문화가 정착돼야 개인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원고가 항소할 경우 법정공방이 이어지겠지만, 이번 판결로 옥션도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법무법인 등의 주도로 14만5천여명이 소송에 참여해, 1인당 5만원 이상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면 옥션은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상액과 소송비를 고려할 때 소송에 참여하는 게 이롭다고 판단한 회원들이 무더기로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1천81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만큼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일단 2년여 동안 1심 재판부가 사건을 면밀히 살핀 상황에서 내려진 판결이어서, 옥션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데다, 원고 중 상당수가 소송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옥션 측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 고객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