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이나 신체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상당수가 수년이 지난 후에도 중증 이상의 발달장애와 신체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아이들의 절반가량은 의료진으로부터 사회적, 직업적으로 기능이 곤란하다는 평가를 받아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는 최근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에 대한 항문기능 복원수술이 이뤄졌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관찰이 이뤄져야 함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교실 곽영호 교수팀이 병원 내 학대아동보호팀 설립 이후 지난 20년간(1987-2007년) 치료를 받았던 76명 중 24명(평균나이 8.3세)을 대상으로 약 5년여(58.5개월)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등도 이상의 발달장애와 신체적 후유증을 보이는 아이가 각각 6명(25.0%), 3명(12.5%)으로 집계됐다.
또한, 정신과적 후유증을 평가하는 점수척도(GAF)로 판정했을 때 가벼운 우울증과 함께 사회적ㆍ직업적 기능에서 '약간의 곤란'을 의미하는 70-61보다 악화된 아이들이 13명(54.2%)에 달했다.
이번 후유증 조사는 학대 피해 아동의 보호자들과 사회복지사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전체 피해 아동 76명(남 28명, 여 48명)을 나이별로 보면 1세 미만이 6명(7.9%), 1-3세 10명(13.2%), 3-10세 41명(53.9%), 10세 이상 19명(25.0%) 등이었다.
학대 유형별로는 방임이 9건(11.8%), 성학대 27건(35.5%), 신체학대 44건(57.9%)으로 분석됐다.
가해자는 친부 25건(32.9%), 친모 8건(10.5%), 친부모 6건(7.9%) 등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학대 장소는 가정 내가 41건(53.9%)으로 가장 많았다.
성학대를 당한 아동 27명의 경우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10건(37.0%), 낯선 사람 8건(39.6%), 친부 6건(22.2%), 양부 2건(7.4%) 등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신체적 학대를 받은 아동 중에는 3명이 두개골 골절로 치료를 받았으며, 1명은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특히 한 아이의 경우는 신체적 학대로 머리와 안면에 골절이 생겼는데, 이 아이는 끝내 뇌수막염으로 사망했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연구에 참여한 강남을지병원 소아정신과 황준원 교수는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치료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갖게 된다"면서 "따라서 질환에 대한 치료와 함께 아이들의 정상생활을 돕기 위한 보호기관의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의료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학대아동을 신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대병원 학대아동보호팀 박혜영 간사는 "아동보호법상 학대아동에 대한 신고가 의무화돼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어서 병원에서 피해사례가 발견돼도 그냥 묻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선진국에서처럼 학대아동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갱신해주지 않는 등의 적극적인 처벌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결과를 담은 논문은 대한소아과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