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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무서워서.."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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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사면, 복권됐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전 회장 단 한 명만 사면됐다는 겁니다. 아주 드문 일이거든요.

실무를 담당하는 법무부에서 정부수립 이후부터 60 여년 동안의 사례를 뒤져봤지만 한 명만 사면한 건 이번을 포함해도 다섯번째에 불과합니다.

(최초 두 번의 사례인 1951 년과 1952 년의 사면은 사면했다는 기록만 있을 뿐 누가 사면됐는지는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두 명 이내로 범위를 조금 넓혀봐도 아홉번째, 말 그대로 두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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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과정에서의 불법행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형이 확정된 지 넉 달만입니다.

판결문의 잉크는 말랐겠지만, 그래도 이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세 번째 도전하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이 정지된 이 전 회장의 힘이 필요하다는 게 이번 단독 특별사면의 배경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의 IOC 위원 자리는 위태로웠습니다.

IOC 는 다음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릴 위원 총회에서 이 전 회장의 위원직 제명을 논의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되면 우리나라의 IOC 위원은 문대성 선수위원 한 명 뿐이라는 결과가 되거든요.

사면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내내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해 '이건희 IOC 위원'이라는 표현만 썼습니다.

사면의 배경에 다른 이유는 없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다르게 읽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많은 비판이 쏟아져나올 것이 뻔한 사면이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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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역시 삼성', '세종시에 대한 삼성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 빅딜 사면'

제가 직·간접적으로 들은 수많은 비판의 목소리들이었습니다.

그 날, 법무부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습니까"

다른 기자가 재차 물었습니다.

"그럼 '구더기'는 국민 여론인가요?"

은유라는 게 오해가 끼어들기 참 쉽긴 합니다마는, 저는 그 간부 한 사람을 탓하려 하기에 앞서 우리가 종종 듣고 있는 '실용'의 가치가 참 잘 설명된 말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더기'에 대입할 수 있는 건 꼭 국민 여론만은 아닐 겁니다.

환경오염, 신뢰 상실, 먹을거리 불신... 또 무엇이 더 있을까요.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 분명 좋을 겁니다. (여기에도 이견은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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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정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 못지 않게,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갔느냐도 중요합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는 편의 마음도 다독이고 가야 공동체가 유지될테니까요.

정말, 잘 숙성된 장맛을 보여주기만 하면 그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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