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간호조무사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김창수(34) 씨는 '누군가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계획적인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사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 원주경찰서는 28일 "김 씨는 '평소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이상한 주사를 놓아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피해 망상증에 시달린 끝에 이들을 살해하고자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를 위해 지난 10월 초께 흉기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으며, 인터넷에서 '살인 형량', 도주 후 은신처' 등의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건 전날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자 화가 나 살해를 결심한 뒤 흉기를 소지한 채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김 씨는 병원 주사실에서 주사맞기를 거부하고 달아나다 간호조무사 송모(33.여) 씨가 "도망가지 마세요"라고 하자 흉기로 송 씨를 찔러 숨지게 한 뒤 주사실을 빠져나와 밖에 있던 양모(44.여) 씨에게도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났다.
김 씨는 범행 후 원주 집에 들러 현금 37만원을 챙겨 택시를 타고 경기도 성남으로 도주한 뒤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가 옷과 먹거리 등을 구입해 다시 성남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김 씨는 성남에서 훔친 자전거로 수원, 대전, 대구 등지를 이동하며 노숙생활을 전전하다가 지난 22일 열차 편으로 도착한 부산 구포역 인근에서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경찰에서 "연고지인 부산에는 자신을 괴롭히고 죽이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 두려움에 흉기 등을 구입했다"며 "원주에서도 의사와 간호사 등이 이상한 주사를 놓아 자신을 죽일 것 같아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범행 전후 도피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것에 대해 "누군가 괴롭히는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경우를 대비해 써 놓은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범행을 해야겠다는 잠재적 계획이 있었던데다 충동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이같은 비극이 빚어졌다"며 "부산에서 2차 범행을 계획했는지는 진술이 오락가락해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원주 모 피부비뇨기과에서 시행된 현장검증에서 간호조무사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을 비교적 담담하게 재연해 유족들을 경악케 했다.
(원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