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골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한 것이다.
연초에는 지난 해 말 몰아닥친 세계 경제위기로 쌓여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각종 규제완화와 세제혜택을 지원했다.
이후 집값이 상승세를 타면서부터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를 4년 만에 조기 공급하기로 하고,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 규제를 완화해주는 등 민영주택 공급 위축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결국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 재현과 정치논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미분양 주택 해소 지원책 '봇물' = 정부는 연초 건설업계의 경영난을 가중하고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냈다.
2010년 2월 11일까지 미분양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양도소득세를 5년간 면제(서울을 제외한 과밀억제권역을 60% 감면)해줬고,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공공택지는 3~7년에서 1~5년으로, 민간택지는 1~5년에서 1~3년으로 각각 완화했다.
상한제 주택 당첨자에게 적용되는 재당첨 제한도 민영주택을 청약할 때에는 2년간 배제하기로 했고, 재당첨 금지기간도 3~10년에서 1~5년으로 줄였다.
미분양주택을 사들이는 미분양 리츠 상품이 출시됐고 대한주택보증,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직접 미분양주택을 매입하기도 했다.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기존 아파트에만 적용하고, 신규 분양과 미분양은 배제했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수는 총 12만 437가구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던 지난 3월(16만 5천 641가구)에 비해 4만 5천 가구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지방 미분양에까지 온기가 미치기는 역부족이었다. 주로 지방에 포진한 '준공 후 미분양'은 10월 말 현재 4만 8천 519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의 40%를 차지하며 여전히 지방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 조기 공급 = 정부는 연초 금리 인하와 경제 회복 조짐 등으로 집값이 뛰기 시작하자 지난 8월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 카드를 꺼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를 애초 2018년까지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이명박 대통령 임기인 2012년까지 6년 앞당겨 조기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경기침체 등으로 민영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자 공공의 물량을 확대해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심리를 잠재워보자는 의도도 깔렸다.
사전예약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정부는 지난 10월 강남 세곡, 서초 우면, 하남 미사, 고양 원흥 등 시범지구 4곳의 공공분양 아파트를 주변 시세의 50~70%선에 내놨고, 무주택 서민들의 청약 열기가 이어졌다.
근로자 생애최초 특별공급도 첫선을 보였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의 투기를 막고자 당첨자의 전매제한을 7~10년으로 늘리고, 5년의 의무거주 기간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당첨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형평성 문제와 보금자리주택 청약기회가 없는 청약 예·부금 통장 가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구지정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인근 땅값 상승, 지나치게 복잡한 청약자격과 특별·우선 공급 제도 등도 앞으로 손질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 만능통장 선보여 = 정부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하기로 하고, 지난 8월 내놓은 전세시장 안정대책에서 건축기준 완화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 기숙사형 주택건설 사업자에게는 건설자금을 지원해주고, 주차장과 진입도로 기준도 크게 완화해줬다.
9월에는 원룸형 주택의 가구당 면적제한을 종전 30㎡~50㎡로 완화해주고 기계식 주차장을 허용하는 등 추가 규제 완화도 뒤따랐다.
이로 인해 제도 시행 초기 저조했던 도시형 생활주택은 현재 2천여 가구가 넘는 주택이 사업승인을 받았다.
도시 근로자를 위한 직주(職住)근접형 주택 공급의 일환으로 유휴 철도부지에 주택을 짓는 방안도 추진됐다.
정부는 2018년까지 철도부지에 소형 공공임대 2만 가구를 건설하기로 하고, 망우역을 시범사업지로 정했다.
하지만 이들 주택은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는 효과는 있어도 주차장 등 완화된 건축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도심 주거여건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존의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일명 '만능통장')은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출시되고서 6개월 만에 무려 875만 명이 이 통장에 가입했다.
연령에 상관없이 1인 1계좌로 가입할 수 있고, 청약 자격만 갖추면 공공, 민영 아파트를 제한 없이 골라서 청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입자 증가의 요인이다.
◇분양가 상한제 연내 폐지 무산 = 그런가 하면 국토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정치권의 반대로 물건너갔다.
올 상반기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은 일부 재개발·재건축의 일반분양 아파트가 고가에 분양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올해 민간 아파트 건설시장의 위축으로 올해 주택공급 물량은 애초 계획 대비 86%인 총 36만 9천 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민간 건설사들은 양도세 혜택을 보려고 비수기인 연말에도 아파트 분양을 쏟아내고 있지만 공급 실적은 지난해보다 11% 감소한 20만 6천 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에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어 여론을 의식한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에도 공공아파트 위주로 공급 = 정부는 내년에도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 아파트 위주로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면제 혜택이 내년 2월 11일 종료되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무산돼 민간 주택공급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내년 주택 공급목표인 43만~45만 가구 가운데 18만 가구가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된다. 도시형 생활주택 2만 가구중 일부도 공공이 건설한다.
보금자리주택은 내년 초(시기 미정) 위례신도시를 필두로 4월에 2차 지구에 대한 사전예약, 10월에 3차 지구에 대한 사전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또 1차 시범지구 물량의 본청약도 진행된다.
그러면서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제도, 금융 및 세제 등의 정책을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사용할 전망이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에서 드러난 우선·특별공급 등 주택공급 규칙에 관한 제도 개선도 내년에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