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파워'로 부상한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도에 2009년은 가능성과 함께 분명한 한계를 절감한 한해였다.
인도는 우선 국민회의당이 주도하는 집권연정인 통일진보연합(UPA)이 지난 4~5월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할 '강력한 정부'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회의당과 결별한 공산당 등 좌파정당의 몰락이 현실화했고 힌두 민족주의에 뿌리를 둔 제 1야당 인도국민당(BJP)도 총선패배 후유증으로 내분에 휩싸이면서 만모한 싱 2기 정부의 개혁에 반기를 들만한 세력도 거의 사라졌다.
이런 정치적 기틀 위에서 새 정부는 그동안 미뤄왔던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등 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인도는 올해 적지 않은 성과를 달성했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후폭풍에 휩싸여 기술적 침체나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중국에 버금가는 고속 성장세를 복원해낸 것이다.
2008-2009회계연도(2008.4-2009.3) 경제 성장률은 6.7%에 달했고 본격적인 침체로 올 1-3월 5.8%까지 떨어졌던 분기별 성장률은 4-6월 6.1%, 7-9월 7.9%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줬다. 내년 인도의 경제성장 속도가 중국보다 빠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인도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라이벌인 중국을 견제하면서 점차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또 자유무역과 기후변화 등 국제적인 협상 테이블에서 한층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도는 정치와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분명한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지방의 정치세력들이 앞다퉈 자치주 설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중앙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 측면에서는 가파르게 치솟는 식료품발 인플레이션과 지난 1년간의 부양책을 통해 늘어난 재정적자가 정부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여타 신흥국들에 비해 대외 의존도가 낮은 인도의 빠른 경제 회복을 가능케했던 정부의 부양기조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신호인 셈이다.
출구전략을 가동해 인플레 압력과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경우 자칫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든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고민은 아시아의 라이벌 중국에 아직도 한참 뒤처져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특히 인도가 직면한 이런 힘의 열세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외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과 함께 국제적인 문제를 풀어갈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자 강국임을 인정했고 심지어 카슈미르를 포함한 남아시아 문제의 공동해결을 공동선언에 담기도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남아시아의 맹주'로 지역 문제에 외부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해온 인도로서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S.M. 크리시나 인도 외무장관이 미.중 정상의 공동 회견 직후 "제 3국의 역할은 상상할 수도 없고, 필요도 없다"고 날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인도를 달래려고 싱 총리를 자신의 첫 국빈으로 초청해 극진한 대접을 하며 '속풀이'를 시도했다.
그러나 '전략적 동반자관계 강화'로 포장된 양국 정상의 만남에서 핵협정 실행 문제나 파키스탄 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은 핵심을 피해간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인도는 국경분쟁 당사자인 중국과의 직접적 갈등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했다.
특히 올해 인도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잦은 국경침범, 중국 정부의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개발 지원 등으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달라이 라마의 분쟁지 방문을 허용하고 중국과 국경을 맞댄 동북지대에 군 병력과 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도는 적성국인 파키스탄, '아우의 나라'였던 네팔, 국제사회의 민주주의 세력 탄압 비난 속에 고립된 미얀마, 대학살 논란 속에 내전을 마감한 스리랑카 등 주변국에서 날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제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과 재래식 무기와 핵발전 협력을 강화하더니 최근에는 인도 국경지대에서 중국과 함께 군사시설까지 건설하고 있다.
미얀마 역시 민주화 세력 탄압에 눈을 감았던 인도의 공을 무시한 채 가스전 개발권을 중국에 넘기고 벵골만에서 중국 서부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권까지 내줬다.
마오쩌둥주의 공산당이 제 1당이 된 네팔이 '中-印 등거리 외교' 원칙 속에 중국과 가까워졌고 타밀반군(LTTE) 퇴치를 위해 중국산 무기의 도움을 받았던 스리랑카도 중국에 거대 항구 건설과 운영권을 넘긴 상태다.
마치 날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이 인도 아대륙(亞大陸.Sub-continent)을 포위하는 형국이다.
(뉴델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