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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중단 사태 불구 러시아 '에너지 우산' 확대

[2009 국제 결산 ⑤] 유럽과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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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의 '에너지 우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행 가스의 80%를 공급하는 러시아는 지난 해 말 우크라이나와 가스 채무 협상이 결렬되자 새해 첫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 우크라이나와 유럽 10여 개국이 2주 가까이 난방에 차질을 빚었고 일부 산업도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이때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우회, 카스피해와 중앙아 가스를 터키-불가리아-루마니아-헝가리-오스트리아로 나르는 나부코 가스관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직면한데다, 주요 가스 공급국인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옛 소련 위성국가들과 이란이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사업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침체로 러시아와 애초 체결한 가스 계약 물량을 다 소비하지 못한 유럽 국가들은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을 부과하지 말아 달라고 러시아에 사정하고 물량 조정을 위한 재계약을 희망하고 있다.

아예 일부 국가는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폴란드 국영 가스회사는 지난 10월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가즈프롬과 2037년까지 가스 공급 계약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공급량도 늘려 받기로 합의했다.

그간 무역 마찰 등으로 양국이 껄끄러웠던 사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뜻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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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동안 환경파괴와 해상 교통 장애를 우려해 '노드 스트림(북유럽 가스관)' 사업에 난색을 보였던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가 북해산 가스 생산 감소에 따른 대응책으로 이 가스관의 자국 영토 내 해저 통과를 허가했다.

노드 스트림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로 가스를 공급하는 총 연장 1천 200km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러시아로서는 자주 가스 분쟁을 겪는 벨라루스를 우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슬로베니아는 지난달 러시아와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 사업 협정에 서명했는데 이로써 러시아는 이 가스관이 통과하는 모든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아냈다.

오는 2015년 말 가동 예정인 사우스 스트림은 러시아산 가스를 흑해 해저를 거쳐 유럽으로 수송하는데 불가리아를 기점으로 한 갈래는 그리스-이탈리아 남부, 다른 한 갈래는 세르비아-헝가리-슬로베니아-이탈리아 북부로 각각 연결된다.

러시아는 이 사업에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을 참여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또 최근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이 사업에 참여키로 함에 따라 기존 대주주였던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En)사와 가즈프롬은 자금 부담을 덜게 됐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은 지난달 16일 러시아와 '조기경보체제 협정'에 서명, 에너지 공급 중단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러시아의 눈치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 자원 강국들에 유럽행 가스 파이프라인을 가진 러시아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자본과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유럽과 직접 거래를 하기엔 지리적으로 너무 멀고, 정치적 부담도 있기에 러시아 파이프 라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가스 추정 매장량이 총 20조 ㎥에 달하는 중앙아 최대 가스 생산국인 투르크멘은 지난 4월 가스관 폭발로 러시아행 가스 공급이 중단된 상황이다.

투르크멘은 유럽의 가스 수요가 떨어지자 러시아가 투르크멘 가스 수입을 갑자기 줄이면서 사고가 났다고 주장은 하면서도 자국의 최대 가스 수입국으로 2028년까지 장기 가스 공급 계약을 맺은 러시아를 거부하지 못하고 이달 말 가스 공급 재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러시아는 올해 다른 중앙아 국가와도 원자력 발전소 건립은 물론 가스관 현대화 사업, 새로운 가스전 및 유전 개발 사업 계약에 서명했다.

러시아가 중앙아 국가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이면에는 서방과 중국의 중앙아 진출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는 말하고 있지만, 자원 개발과 공급을 다른 나라와의 정치적 이해와 결부시켜 추진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크라이나와 에너지 갈등인데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적대적인 행동을 계속 취한다면 에너지를 무기로 한 제재와 이에 따른 양국 간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는 전체 석유 수출 물량의 90%, 가스 수출의 70%를 유럽으로 보내는 등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부인하지만 사우스 스트림 역시 나부코를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게 서방의 시각이며 최근 아프리카 지역 내 가스 수출국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아프리카 에너지 자원의 유럽행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앙아 주요 자원 국가들이 새로운 에너지 수출 창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유럽 역시 공급처를 다양화하지 못하는 한 이들 지역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마티·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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