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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적 통합의 '주춧돌' 놓은 EU

[2009 국제 결산 ④] 리스본 조약 발효…세부 운영방안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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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국가 공동체 유럽연합(EU)이 향후 정치·사회적 통합을 한층 공고히할 수 있도록 '주춧돌'이 놓인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1년 12월 정례 정상회의에서 지스카르 데스탱 전(前) 프랑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유럽장래문제협의회'를 구성키로 합의, 정치적 통합을 공고히하고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조약 논의를 시작한 지 8년 만인 올 12월 1일 '미니헌법'으로도 불리는 리스본조약이 발효됐기 때문이다.

반세기도 훨씬 넘은 지난 1951년 4월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6개국이 파리조약을 맺고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E.EU의 시초)를 창설한 이래 EU는 조약을 통해 덩치를 키워 왔다.

유럽장래문제협의회가 운영되던 도중인 2004년 5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옛 공산권 10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빅 뱅'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EU 내부에서는 새로운 조약의 필요성이 커졌다.

2004년 6월 정상회의에서 헌법조약이 합의됐으나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이 "국기, 국가 등 초국가적 상징 등이 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라며 반발해 비준동의를 받지 못함에 따라 헌법조약은 폐기되고 말았다.

이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주창으로 헌법조약 대안으로 마련된 게 2004년 12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25개(루마니아·불가리아 가입 이전) 회원국 정상들에 의해 서명된 리스본조약이다.

리스본조약에서는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거부 반응을 보였던 국기, 국가 등 초국가적 상징과 용어들이 삭제됐으나 헌법조약이 추구했던 혁신적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반영했다.

하지만 2008년 6월 27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조약 비준동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아일랜드에서 비준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리스본조약은 과거 헌법조약처럼 폐기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적 통합 노력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 속에 나머지 26개 회원국은 2008년 말 낙태, 조세권 등 아일랜드 국민이 예민하게 여겼던 사안에 대해 주권을 인정한다고 보증하면서 2009년 중 국민투표 재실시를 압박했다.

지난 10월 실시된 리스본조약 비준동의안 2차 국민투표에서는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 EU라는 '우산'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아일랜드 국민이 67%의 찬성률이라는 압도적 지지로 조약 비준동의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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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민투표 걸림돌을 넘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겨를도 없이 대표적 'EU 통합 회의론자'인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이 몽니를 부리자 회원국 정상들은 마지막 클라우스 '암초'를 뛰어넘기 위해 골머리를 썩였다.

클라우스가 "리스본조약에 신설되는 기본권 조항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 추방과 관련, 체코에 역풍을 몰고 올 수 있으므로 이 조항에 예외를 인정하라"고 요구해 10월 정상회의에서 수용됐고 클라우스도 더는 딴죽을 걸 수 없게 되자 11월 마침내 조약 비준안에 서명, 리스본조약이 12월 1일 역사적으로 발효됐다.

리스본조약이 가져온 대표적 변화상은 2년 6개월 임기의 정상회의 상임의장(이하 상임의장)과 기존 외교정책 고위대표직과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직 업무를 통합한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이하 외교대표)의 신설.

12월 1일 조약 발효에 앞서 27명의 회원국 정상들은 11월 19일 브뤼셀에 모여 헤르만 판롬파위 당시 벨기에 총리를 상임의장에, 영국 출신의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을 외교대표에 각각 선출했다.

상임의장과 외교대표의 신설은 EU의 대표성과 대외 영향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으로 두 자리에 판롬파위와 애슈턴이 선출된 데 대해 정파, 성별, 국력 등을 고려한 타협의 산물로서 "EU를 대표하기에 지명도가 너무 낮다"라는 비판론이 없지 않지만, 리스본조약이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리스본조약이 향후 EU의 정치·사회적 통합을 공고히 하고 의사결정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상임의장과 외교대표의 권한, 역할을 포함한 구체적 운영방안은 아직 미비해 리스본 체제가 순항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비유하자면 리스본조약이라는 헌법은 제정, 발효됐지만 하위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구체적 운영방안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리스본조약이 애초 취지에 맞게 EU라는 거대 경제·정치 공동체를 통합과 번영으로 인도할지, 아니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게 될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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