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세상을 떠나 가톨릭계는 물론 온 나라가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사회의 큰 어른이었던 故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거대한 행렬과 이후 나타난 장기기증 열풍 등은 종교와 종교인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환기시켰다.
불교계에서는 50대의 젊은 조계종 총무원장이 취임해 불교 중흥을 다짐하는 등 각 종교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했고, 개신교계에서는 '기독교올림픽'이라고 불리는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국내에 유치하는 경사가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한국 사회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2월 16일 오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87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1922년 대구에서 출생한 김추기경은 1951년 사제품을 받았고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해 서울대교구장에 올랐으며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김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의 교세를 눈에 띄게 확장하는 동시에 유신독재와 민주화운동 시기를 거치면서 권력에 맞서 싸우는 등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자 각계각층에서 깊은 애도를 표시했으며 추모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졌다. 5일의 장례기간 명동성당 내 유리관에 안치된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추모행렬은 수㎞에 달하기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도 유행어처럼 퍼졌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약속한 대로 각막을 기증, 제자리걸음 상태였던 국내 장기기증 문화를 활성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09년 11월 말까지 전국의 병원과 공인장기기증 등록단체에 등록한 장기기증 희망자수는 17만 7천여 명으로 작년대비 2.4배, 역대 최다였다.
한편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는 일반 가톨릭 신자의 장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절차에 따라 검소하게 치렀으며 비용으로 약 1억 5천 700만 원이 들었다고 9월 공개하기도 했다.
◇불교계 등 지도자 교체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이 10월 22일 총무원장 선거를 하고 자승(55)스님을 4년 임기의 제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했다.
자승스님은 조계종 중앙종회의 종책모임들이 단일 후보로 추대, 선거에서 91.4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속세 나이 55세의 '젊은'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이 조계종의 개혁과 화합을 이끌고 불교의 중흥을 이끌 지휘자로 역할을 해나갈지는 종단 안팎의 관심사다.
총무원장과 함께 조계종 행정의 또다른 축인 조계종 종립 동국대 이사장도 6월 30일 정련(67)스님으로 교체됐다.
불교 종단 태고종도 9월 22일 제 24대 총무원장으로 인공(69)스님을 선출했다. 태고종은 전임 총무원장 운산스님이 8월 사퇴한 후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가 후보 자격 시비 끝에 선거를 연기하는 등 잡음을 냈다.
원불교의 행정수반인 3년 임기의 교정원장도 11월 교체됐다. 원불교의 제 25대 교정원장으로 임명된 김주원(61)교무는 창도 100년을 앞두고 원불교의 교단혁신과 교구자치화 등을 선언했다.
11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제58회 총회에서는 전병호 군산 나운복음교회 목사(65·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가 NCCK 신임회장으로 취임, 1년간 회장직을 맡게 됐다.
◇세상과 세계로
개신교계는 8월 3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에서 '기독교 올림픽'으로 불리는 WCC 제 10차 총회를 2013년 부산 벡스코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7년마다 열리는 WCC 총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1961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3차 총회 이후 두 번째로, 각국 교회 관계자 5천여 명이 부산을 방문할 것으로 보여 한국 개신교의 위상을 높이고 관광수입도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7월 10일에는 한국 개신교 장로교인 5천여 명이 장충체육관에 모여 장 칼뱅(요한 칼빈·1509-1564)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소속 국내 장로교 26개 교단이 모인 행사는 국내 개신교 신자의 65-70%를 차지하는 장로교가 처음으로 개최한 대규모 연합 행사여서 의미있었다.
10월 12일에는 2005년 4월 5일 산불로 사찰이 전소돼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가 4년여의 복원공사를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화마의 피해를 당한 낙산사는 철저한 문화재 조사와 고증작업을 거쳐 18세기 김홍도의 그림을 기준으로 복원됐다.
불교계의 템플스테이, 가톨릭의 피정이나 수도생활 체험 등을 통해 종교계와 세상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도 잇따랐다. 템플스테이는 연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선정한 경쟁력 있는 문화관광상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종교계 원로들 별세
김수환 추기경 이외에도 종교계의 주요 인물들이 세상을 떠났다.
9월 3일에는 '온유한 목자'로 불리던 정진경 목사(신촌 성결교회 원로목사)가 향년 88세로 소천했다.
1921년 평안남도 안주 출신인 정 목사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과 한기총 대표회장, 한국기독교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대표회장, 월드비전 이사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호서대 이사장 등을 지낸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원로목사다.
9월 29일에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를 설립하고 국가조찬기도회를 시작한 개신교계 원로 김준곤 목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김목사는 대학 동아리형식으로 모여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는 한국대학생선교회를 1958년 11월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창설해 오늘날 330개 대학에 1만 6천 500명의 회원을 거느린 단체로 키웠고, 지금까지 약 30만 명의 기독교인 제자들을 길러냈다.
이밖에 8월 19일에는 연세대 부총장과 상지대 총장을 지낸 김찬국 연세대 신학대 명예교수가 81세로 세상을 떠났다. 구약학 전공 신학자이자 감리교 목사였던 그는 1970년대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했으며 NCCK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