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0일 공개한 역외 탈세 혐의자들의 사례를 보면 고액 자산가나 기업이 자산을 부당하게 유출하는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조세피난처를 거치거나 종교단체 등을 활용해 자금을 국내로 반입했으며 차명거래를 통해 소액으로 분산송금하는 지능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
◇ 조세피난처 통해 해외소득 빼돌려
일부 기업의 사주들은 조세피난처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외국 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몰래 들여와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경기도에서 의류제조업을 하는 A씨는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뒤 국내 법인과 공동으로 해외 임가공업체에 지분투자를 해 배당금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국내법인은 배당금에 대해 정상적으로 소득을 신고했으나 외국법인이 받은 배당금은 숨겼다.
이후 A씨는 배당금을 자신이 설립한 국내 종교단체를 통해 기부금으로 가장해 반입했고 상업용 빌딩 등을 구매하다가 적발돼 12억 원을 추징당했다.
경기도에서 전자제품 제조업을 하는 B씨도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뒤 해외 외주업체와의 거래에서 남긴 차액을 조세피난처의 법인을 통해 해외계좌에 숨겼다.
B씨는 이후 차액을 해외계좌에서 사망자 등 여러 사람의 명의로 국내로 들여왔고 사치품을 사는 데 탕진하다가 적발돼 법인세 등으로 103억 원이 추징됐다.
◇ 해외소득으로 자녀에게 부동산 사줘
외국에 설립한 법인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해외부동산을 사들인 뒤 자녀에게 증여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무역업자인 C씨는 외국에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던 중 발생한 배당금과 또 다른 외국법인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생긴 양도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해외계좌에 숨겨 몰래 관리했다.
이후 해외계좌에 예치된 자금과 불법 환전상을 통해 환치기한 자금을 이용해 자녀 이름으로 해외 부동산을 사들였으나 적발돼 결국 종합소득세, 증여세 등으로 8억 원이 추징됐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컨설턴트 업체가 조세피난처에 있는 모회사에 배당금을 과다지급해 소득을 유출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에서 자문용역을 제공하는 D사는 조세피난처에 있는 해외 모회사와 가공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배당금을 용역대가로 위장해 지급했다.
그러나 배당금에 대해 원천징수가 이뤄지지 않아 D사는 법인세, 원천세 등으로 25억 원을 내야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