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복귀하기 '막막'

[저출산 시간이 없다 ④ ] 최상은 분위기 조성…"누구나 당당하게 쓸 수 있어야"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홈쇼핑업체에 다니는 이 모(33.여) 과장은 생후 10개월 된 아들을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할지 한창 고민이다.

아들을 키워주셨던 시어머니가 퇴행성 관절염으로 치료를 받게 돼 아들을 맡기기 어렵게 됐다. 도우미를 구하고 싶지만, 시부모님과 남편이 다른 사람 손에 손자와 아들을 맡길 수 없다며 반대한다. 친정 어머니에게도 부탁할 수 없다. 언니의 딸을 키우고 계시기 때문이다. 만기 15년의 아파트 대출금을 상환해야 돼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해답은 육아휴직뿐이지만, 육아휴직 이후 제대로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육아휴직 기간에 줄어드는 수입을 어떻게 메울지 막막하다.

◇ 이용률 늘지만 아직은 유명무실

육아휴직은 생후 3년 미만의 영유아를 가진 근로자가 1년간 휴직할 수 있는 제도다.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무급 휴가이고 고용보험에서 매월 50만원이 지급된다. 이용률이 매년 올라가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노동부에 따르면 육아휴직 급여를 받은 직장인은 2002년 3천763명에서 해마다 늘어나 2008년에는 2만9천145명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만7천54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 증가했다. 출산 전후 휴가급여 수급자 대비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비율은 2002년 16.6%에서 지난해 42.5%로 상승했다.

이용자 수나 이용률이 증가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많이 부족하다.

육아휴직 이용률은 선진국의 절반 정도다. 독일이 85%(2005년)에 이르는 등 유럽의 육아휴직 활용률은 80∼90%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직장문화가 비슷한 일본도 89.7%(2007년)에 달했다.

지난해 출생아는 46만6천명이었지만 육아휴직 급여를 받은 직장인은 2만9천145명이었다. 지난해 신생아들의 부모 중 자영업자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부모가 전체 출생아의 10%도 되지 않는다.

◇ "육아퇴직될까 두렵다"

선진국보다 낮은 육아휴직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광고
광고 영역

홈쇼핑 업체 이 과장은 "출산휴가를 갔다 왔더니 상사가 '내가 이 과장 자리 지켜줬으니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다"며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실제 출산휴가 이후 자리가 없어진 사람이 나처럼 운 좋은 사람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출산 휴가 3개월 다녀왔는데 이 정도인데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하고 돌아오면 어떨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육아휴직은 말도 못 꺼내고 있다.

이 과장은 "육아 휴직 이후 한직으로 밀리거나 이제까지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부서로 발령나는 경우를 봤다"고 덧붙였다.

디자이너로 의류업체에 다녔던 김 모(32.여)씨는 "육아휴직 이후 복직했더니 물류센터로 발령이 났다"며 "그 뒤로 시키는 일도 없어 결국 복직 2개월 뒤 사표를 썼다"고 말했다.

지방 병원의 간호사 김 모(35.여) 씨는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3교대 근무를 하는데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일을 더 해야 한다. 눈치가 보여 못쓴다"고 전했다.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박 모(29.여) 주임은 "남편 월급과 합쳐 한 달 수입 중 절반을 아파트 구입 대출금 상환에 사용하는데, 육아휴직을 하면 월급은 없고 한 달에 휴직급여 50만 원만 받을 수 있다. 내 월급의 25%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허리띠를 있는 힘껏 졸라매도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이 모 (36.여)씨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에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 못 해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때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의 연령을 3세 미만에서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씨는 최근 정부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1∼3개월의 2차 육아휴직 도입을 제안했지만 '현재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저출산 대응 주요정책의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서 "지원대상의 범위가 좁고 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이 낮아 육아휴직제도의 이용률이 낮다"고 분석했다.

◇ 당당하게 쓸 수 있어야

육아휴직 이용률이 높은 선진국은 휴직 기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자녀의 연령, 휴직 급여 수준 등의 조건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다.

저출산국에서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으로 2명대의 출산율로 올라선 프랑스는 6세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의 육아휴직 기간이 3년에 달한다. 휴가급여는 둘째 자녀부터 매월 약 521달러가 지급된다.

1999년 1.52명이었던 출산율을 2006년 1.85명으로 끌어올린 스웨덴은 자녀가 8살 때까지 부모가 합계 480일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이 중 두 달은 아버지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휴직급여는 소득의 약 80% 정도 수준이다. 2분의 1, 4분의 1, 8분의 1등 부분 휴직도 할 수 있다. 병간호휴가도 있어 자녀(12세 이하)당 연간 60일간 가능하고 휴직급여는 소득의 약 75%에 달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의 유해미 입법조사관은 "육아휴직 이용률을 높이려면 휴직급여의 수준을 임금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점차 상향 조정해야 하고 육아휴직이 가능한 자녀의 연령도 높여서 부모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육아휴직 급여가 50만 원이어서 휴직을 하면 급여가 상당히 줄어든다"며 "쉽지 않은 방법이지만 육아휴직 급여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홈쇼핑업체의 이 과장은 "휴직급여 인상도 좋지만, 우선은 있는 제도라도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