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밤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종시 수정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자 충청권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충청 입장에서 볼 때 신뢰가 훼손된 상황에서 그 어떤 대안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임기 후 떠나지만 남아 있는 정치인들은 각종 선거에서 국민에 공약을 하기가 두려울 것"이라며 "예고한대로 다음달 1일 각계각층 인사를 모시고 대통령의 말씀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국가를 경영하면서 철학과 가치가 다를 수 있고 국가구성원 상호 간 이해관계와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자유민주국가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법과 사회적 자본인 신뢰란 두 축에 기초해야 한다"며 "이런 버팀목이 무너질 경우 효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기군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세종시 수정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군청 앞마당에서 군민 1천여명과 함께 대형스크린을 통해 '대통령과의 대화'를 지켜본 유한식 연기군수는 "대통령이 12차례나 원안추진을 약속했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든 법안마저 한 순간에 뒤집는 마당에 누가 대안을 믿겠느냐"며 "정부는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조선평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 상임대표도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내놓으면서까지 '국가균형발전'을 기원하는 심정으로 세종시 건설에 협조해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연기군민은 세종시 원안사수를 위해 죽을 각오로 싸워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두영 행정도시 혁신도시 무산저지 충북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한 한 얘기를 재탕, 삼탕한 것에 불과했다.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일방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며 "앞으로 정치권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조해 세종시 사수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충청권은 물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종시 원안수정을 지지하는 충남지역 사회단체인 선진충청포럼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류해일 공주대 교수는 "대통령의 말씀을 들으면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정부와 국민, 연기군민이 머리를 맞대면 국가와 충청 모두 이익이 돌아가는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 이외 지역에선 안도와 우려의 목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허 숭 경기도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에 대해 명확한 소신을 밝힌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하지만 다른 지역 기업이 세종시로 옮겨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진훈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은 "세종시의 당초 목적이 수도권 비대화와 인구 과밀화를 억제하고 지역을 균형발전시키는 것인만큼, '수도권'의 기능을 옮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타 지역에서 특화시키고 있는 교육이나 의료 기능을 옮기는 등 다른 지방에 피해를 주는 수정안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송광태 창원대 교수는 "도시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선 자족기능이 매우 중요하다"며 "따라서 세종시의 경우 일부 행정기관을 옮기는 것보다 기업과 과학, 교육, 기술 관련 기관이 이전하는 것이 자족도시에 더 접근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대전·대구·창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