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사흘간의 휴가에 무얼할까 막막해 하다가 단둥이 떠오른 것은 압록강 철교 때문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1943년에 건설된 현재의 철교를 대체해 새로운 압록강 대교를 건설하기로 북한측과 합의했다.
베이징에서 단둥으로 가는 K27 열차는 '평양'이 종착역이다.
베이징에서 단둥까지는 14시간. 밤새 달려 다음날 아침에 단둥에 승객을 내려놓는다.
같은 열차 칸에 탔던 북한 사람들은 '짜이지엔' 하며 밤새 맞은편 침대칸에 누웠던 중국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압록강 철교와 중국 땅에서 보이는 신의주는 여전했다. 드물지 않게 화물차가 철교를 오가고 신의주쪽 압록강 강변에는 북한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중국쪽 압록강 강변은 작은 공원으로 정리가 잘 돼 있다.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버는 중국 상인들은 한복을 여러 벌 갖춰놓고 손님을 부른다.
압록강 유람선은 겨울철이어서 손님이 별로 없다. 10명 남짓한 중국인들은 유람선이 북한쪽에 조금 다가가자 "저기 사람이 있다"고 소리친다. 망원경을 통해 발견한 북한 사람들이 신기한 것이다.
유람선 내에서는 북한 돈과 우표도 판다. 폐쇄된 사회 북한은 압록강변에서는 상품이다.
중국 주간지 '남방주말'은 최근호에서 북중 경제교류와 관련한 기사를 실으면서 북한과 경제 교류는 단지 경제를 넘어 정치적인 의미가 크다고 썼다.
하지만 '순망치한', 불가분의 관계라는 전통적인 양국관계도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중국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되면서 북한에 대해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 소장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건설비용 전액을 부담해 튼튼하고 넓은 새로운 압록강 다리를 건설하는 것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유사시에 중국 군대가 건너올 수 있다며 북한이 다리 건설에 주저했다는 이야기도 있고북한이 이 다리를 통해 건너올 개방의 바람을 두려워했다는 말도 있다.
북한과 중국 사이가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암투가 심하고 양국간 정보전도 치열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압록강 철교는 공식적인 명칭이 '북중 우호의 다리'이다.
북한 핵 개발이 중국에게도 위협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 양국 관계를 보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에는 당장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중국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목표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선 극단적으로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압록강 철교에서 하류 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압록강 단교가 남아있다.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다리를 그대로 보존해 역사의 현장으로 남겨놓았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운 전쟁이라고 부른다. 압록강 철교에 해가 지면서 조명이 들어온다. 화물차가 많지는 않지만 끊이지 않고 다닌다.
북중 교역의 60%가 이 다리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한다.
현재의 압록강 철교, 그리고 새로 건설될 압록강 대교가 언젠가 남북한이 통일됐을 때 어떤 역사적 의미를 지녔던 다리로 평가받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