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8일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우리 정부에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정부 대응이 주목된다.
일단 정부의 기류는 냉담하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현대측으로부터 아직 상세한 방북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우리 당국이 북한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회담제의를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 측이 북한의 회담 제의 사실을 통일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통일부의 이 같은 반응은 '공식 회담 제의'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판문점 채널 등으로 충분히 회담을 공식 제의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로선 정식 회담을 제의받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업자인 현대아산을 통해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를 타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측은 8월 현정은 현대회장과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했지만 우리 정부가 관광 재개 결정을 하지 않자 9월4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명의로 개성관광 재개 협의를 위한 현대측과의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다리라'는 우리 당국의 방침에 따라 무산됐고, 이후 북측 당국자는 10월20일 현대아산 관계자와 다른 일로 만난 자리에서 '남측이 제의하면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결국 이번 일은 남한 당국의 회담 제의를 기다리던 북한이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는 식으로 먼저 제의를 하되, 현대를 통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조속한 관광 재개를 통해 현금 수입을 확보할 필요성, 북미대화를 앞두고 남북대화의 틀도 가동할 전술적 필요 등을 감안해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간접제의'를 택한 것은 우리 정부가 핵문제와 남북관계 현안을 철저히 연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식 제의'를 했다가 호응을 얻지 못할 경우 일이 풀리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도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의 전재조건 중 가장 중시하는 방북자 신변안전 보장을 위해 북한과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음 달 8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전에 우리 당국이 북 측과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북핵 6자회담 복귀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중요한 담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로서는 북미대화의 결과를 지켜 본 뒤 남북대화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