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계는 근무하던 기업의 핵심기술을 빼내 동종업체를 차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 위반)로 연구원 오모(34)씨를 구속하고 모 대학교수 김모(45)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이들과 짜고 허위 거래영수증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정부지원 과제 연구비를 가로채도록 도운 혐의(횡령)로 부품업체 대표 홍모(37)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군용 및 축산용으로 사용되는 휴대용 엑스레이 생산업체인 A사의 선임연구원과 기술자문교수 등으로 일하던 오씨와 김씨 등은 2005년 10월 제품의 핵심 제조기술을 유출해 김씨가 속한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서 동종업체를 창업하고서 유사제품을 만들어 수출해 5억여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A사의 기술 보안이 허술한 점을 알고 개인 이메일을 이용하거나 관련 파일을 휴대용 컴퓨터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기술을 유출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사는 휴대용 엑스레이를 생산하는 국내 5개 업체 가운데 매출액 400억원 규모의 선두업체로, 이번 기술유출로 150억원 정도의 피해를 본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오씨 등은 또 중소기업청 등이 주관하는 정부지원 연구과제 업체로 선정되자 홍씨 등과 짜고 연구에 필요한 부품을 산 것처럼 허위 거래 영수증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연구비 1억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연구 심사에서 없는 성과를 허위 보고하는 것은 물론 제품 시연에서는 내부가 텅 빈 '깡통 제품'을 내놓는 방법으로 심사를 통과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정부 연구과제가 허술하게 관리ㆍ감독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심사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와 유사한 정부 출연 연구비 횡령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