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를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정부와 당초 계획대로 행정복합도시로 키워야 한다는 야당, 일부 여당 의원들의 대립이 요즘 최고 이슈입니다.
그런데 이 불똥이 며칠 전부터 기업쪽으로 튀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기업과 공장, 연구시설 등을 유치하려는정부 노력 속에 몇몇 기업들이 거론되기 시작한 거죠.
처음엔 LG그룹 계열사가 거론되더니, 이번 주 들어 롯데그룹이 세종시에 맥주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기가 공장 확장 부지로 세종시를 검토하고 있다, LG 화학이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등등....
하지만 정작 기업들의 반응은 똑같습니다.
'금시초문이다.', '제의가 들어온 적 없다, 따라서 검토한 적도 없다' 등등이죠.
기업들은 세종시의 위치가 내륙이라 도로, 항만이나 항공 등 교통여건이 좋지 않은 점과 인재가 제대로 공급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기존에 있던 사업장을 접고 세종시로 옮길 필요성 유무 등을 들며 부정적 입장입니다.
모 대기업 고위임원의 말입니다.
"당초 연기군을 행정 복합도시로 정해서 세종시를 세우겠다고 결정한 것은 처음부터 행정복합도시로서 입지적으로 최적이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지금 와서 기업을 보내기로 한다면 '기업도시'로서 적합한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정부가 가장 만만해 보이는 기업에 밀어부치면 기업 입장에선 조건을 걸고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타협하는 방안을 찾겠죠.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그대로 이어질까도 의문입니다.
가장 큰 것은 인력, 즉 인재 문제입니다. 대덕을 예로 들죠. 연구단지로서 입지가 좋다고 해도 막상 가족들은 모두 서울에 두고 기러기 생활을 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천안'이 마지노선이라고 봅니다. 세종시가 기업도시로서 자족시설이 충분하다면 정부가 하라마라 하기전에 기업들이 먼저 들어가려고 노력할 겁니다."
가장 구체적으로 세종시 이전이 거론되는 기업은 롯데그룹입니다.
이번 정권들어 각종 수혜를 많이 입은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이기도 하죠.
롯데리아나 롯데마트, 혹은 맥주공장이 들어갈 수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롯데 측 고위임원의 얘기도 정리했습니다.
(Q : 롯데마트나 롯데리아 본사가 갈 수 있다는 보도가 나갔는데요.) "담당 기자에게 자세히 설명했는데 기사가 엉뚱하게 나갔습니다. 세종시가 활성화 되면 마트나 패스트푸드 매장이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을 뿐입니다. 본사가 옮겨가는 건 아닌데..."
(Q : 맥주 공장 관련해선 어떻습니까?) "맥주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할 지, 파트너는 어떻게 할 지 등에 대한 초기 검토단계입니다. 부지 선정 단계는 아직 멀었습니다."
여기서...한마디 의미심장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Q : 맥주는 물 좋은 곳에서 하는게 상례 아닌가요?) "좋은 물은 가져오면 됩니다. 그건 별 문제 안됩니다."
갑자기 흐름이 바뀌는 분위기죠.
사실 모든 대기업들이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제의 받은 적 없다. 검토한 적 없다. 갈 이유없다. 사람 문제가 크다' 그러면서 '정말 안 갈거냐?' 고 물으면 정색을 하면서 '제의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말 못한다. 제의를 받으면 검토를 거칠 거다' 로 말이 바뀝니다.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 지원안을 내놓았습니다. 총리가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샅바 싸움을 벌이는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급한 건 정부죠. 땅을 싼값에 주고 세금 깎아준다는데 기업은 끝까지 기다려보는거죠.
그리고 좋은 땅을 싼값에 준다는데 기업이 안 산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죠.
결국 나중에 특혜 시비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각종 혜택을 받을 수도 있는데 벌써부터 얼씨구나 달려들 필요가 없다는 게 기업들의 계산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앞에서 모 대기업 임원의 말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세종시가 <모모모> 하다면 정부가 하라마라 하기전에 기업들이 먼저 들어가려고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