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과 인륜을 저버린 '부모 살해' 사건이 최근 잇따라 발생해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하고 있다.
더욱이 패륜 범행의 동기가 일반 시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사회학자들은 이 같은 범행을 양산하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우려하면서 '도덕적 위기'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실제로 최근 범행을 저지른 패련아들의 범행동기를 살펴보면 강남에서 살아보겠다는 욕망에 보험금을 타내려한 것이었거나, 자신을 때린 데 격분해 흉기를 휘두른 것이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가 어느정도로 심각한지를 실감케 한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9일 보험금 3억여원을 타내려고 동네 후배를 시켜 자기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와 누나를 살해하도록 한 혐의(존속살해교사 등)로 장모(17.무직)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후배가 범행하는 동안 장군은 강원도 휴양지에서 사진을 찍고는 인터넷에 올리는 방법으로 알리바이를 만들고, 어머니와 누나의 장례식장에는 상주로 자리를 지키는 등 치밀하고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장군은 경찰에서 범행동기를 묻자 "보험금을 받으면 강남에서 한번 살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하던 경찰을 놀라게 했다.
이날 서울 강동경찰서가 존속 살해 혐의로 구속한 회사원 조모(26)씨는 자신에게 손찌검을 한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한 것을 항의하던 자신의 뺨을 때리고 흉기로 위협하자 순간적으로 격분해 흉기를 빼앗은 뒤 달아나는 아버지를 뒤쫓아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달 7일에는 영화 '공공의 적'에서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참극이 빚어졌다.
20대 장남이 부모가 사업 자금을 대주지 않은 데 불만을 품고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모두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잇따라 터져나온 존속 살해사건은 1994년 유산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뒤 불을 지른 '박한상 사건'에서 이미 나타난 것처럼 '효(孝)'라는 윤리의 상실, 배금주의 팽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인륜 범죄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와 황금만능주의가 섞여 발생한 것인 만큼 인간성 회복이 유사범죄 예방에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10~20대의 경우 건전한 윤리관이 무너져 죄책감 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도덕성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닌 만큼 가정이나 학교, 사회 전반에서 책임지고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개인의 경쟁력은 중시하지만 상대적으로 도덕적 인성을 소홀히 해온 측면이 있다"며 "반인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회가 도덕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도덕적 가치는 어릴 적부터 내면화해야 하는 것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경쟁과 도덕적 인성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