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봉꾼 남편이 있습니다. 밖으로 나도느라 가정은 내팽개쳤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내와 아이들은 주리고 헐벗어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남편이 개과천선했다며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치스러운 옷을 입힙니다. 아내에게 진한 화장을 시킵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춤추고 노래하라 합니다. 과연 이 가족은 전보다 행복해졌나요?
요즘 청계천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보면 이런 가족 생각이 납니다. 사람들은 살기에 편하도록 사방 팔방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해버렸습니다. 내리는 빗물은 하수도로 모아 지하를 통해 바로 큰 강으로 흘려버립니다. 그러니 동네와 마을을 끼고 흐르던 지천들은 건천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1년의 90%는 하천 바닥이 드러나는 마른 강이 됐습니다. 유량이 워낙 작다보니 물은 쉽게 오염되고 냄새 나고 사람들은 보기 싫다며 길로 덮어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건천을 되살리는 사업에 나섰습니다. 다시 물이 흐르는 '생태하천'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청계천이 그 시발점이자 이런 사업의 전범이 됐죠. 물론 좋은 일입니다. 사람들은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곳이 생겨 좋아합니다. 도시 미관도 확 좋아집니다. 도시 열섬 현상도 완화해줍니다. 그런데 이 모든 혜택은 대부분 사람들만 누립니다. 정작 자연은, 생태는 좋아졌을까요?
앞서 말한대로 하천으로 모여야 할 물은 다 하수도로 빠져나가버리니까 어쩔 수 없이 강물을 끌어올려서 흘려보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 정수도 합니다. 이를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화석연료를 태워야합니다. 자연을 되살리겠다며 자연을 해치는 일을 하는 셈입니다.
건천을 재개발하면서 주변의 풀과 나무는 보기 싫으니까 깨끗이 베어버립니다. 대신 사람들 눈에 보기 좋은 꽃과 나무를 심습니다. 이를 위해 투입한 토사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천가는 멋있는 자연석으로 두릅니다. 그런데 그냥 돌만 갖다놓으면 사이사이의 흙과 자갈이 쓸려내려 주저앉을 수 있으니까 그 밑에 부직포를 깔아놓습니다. 이 부직포는 하천 주변의 식물들이 뿌리를 깊게 박을 수 없도록 방해합니다. 하천으로부터 둔치로 물기가 드나들 수 없도록 막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식생이 자랄 수 없도록 만듭니다. 원래 물가에 살던 습지 식물들은 없어지고 대신 조경수와 화초들만 심겨진 인공 정원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뿌리가 침투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놓고 습기도 오갈 수 있도록 한 식생매트가 있지만 부직포보다 훨씬 비싸서 외면받고 있습니다.
강바닥에도 특별한 처리가 필요합니다. 비싼 비용을 들여 끌어온 물이 강바닥으로 스며들어 없어져버리면 안되니까 강바닥에 방수 매트를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습니다. 그런데 방수 매트는 미끄러워 애써 덮어놓은 토사가 물에 쓸려내려가기 쉬우니까 이를 막기 위해 평평한 돈로 마치 포장을 하듯 빼곡이 덮어놓습니다. 돌바닥 위에서 습지 동식물이 살기가 편하겠습니까? 게다가 하천의 물이 지하로 스며들고 지하수가 다시 군데군데 용출하면서 자연스러운 물의 순환이 이뤄지는데 이런 과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합니다. 더 큰 문제는 5년이나 10년에 한번 오는 큰 비로 인해 갑자기 흐르는 물의 양과 속도가 커지면 이 돌들이 떠내려가면서 한곳에 쌓여 범람을 부채질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입니다.
인공적으로 끌어올린 물을 흘리다보니 1년 내내 유량이 일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습지 동식물은 건기와 우기의 변화에 맞춰 짝짓기도 하고 알도 낳고 보금자리도 마련하는데 사시사철 똑같은 양의 물이 흐르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자연스러움이 사라진 인공하천이다보니 자연이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청계천을 비롯해 현재 추진되는 이른바 '생태하천'들의 속사정이 다 이렇습니다. 결국 '생태하천'에 '생태'는 없고 사실상 인공적인 '조경하천'으로 꾸며질 뿐입니다. 인간들이 보고 즐기기에만 편할 뿐 하천 주변의 자연은 살기가 더 불편해졌습니다. 따라서 인공적으로 꾸며진 식생을 유지, 관리해주려면 막대한 예산을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도 건천보다는 물이 흐르는 하천이 훨씬 좋습니다. 다만 기왕에 자연을 되살리겠다며 '생태하천'을 만들겠다고 나섰다면 좀더 자연과 더불어 함께 좋아질 수 있는 개발 방식을 고민해보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