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교착국면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북미간 비공식 실무접촉이 '어정쩡하게' 매듭됐다.
결론적으로 북.미대화를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성과를 끌어냈으면서도 핵심 어젠더인 6자회담 복귀 문제를 놓고는 서로의 근본적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한계 역시 드러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북미 당국자간 '뉴욕 재회'가 무산된 것은 이런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방미 중인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성김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지난 25일 뉴욕에서 첫 접촉을 가진데 이어 다시 뉴욕에서 추가 접촉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1차 접촉에서 북측의 태도와 의중을 '충분히' 탐색한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의 실무접촉이 불필요하다고 보고 재접촉에 나서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1일 "미국이 이 정도 했으면 됐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번 접촉은 북미간 본대화에 필요한 형식적 조건과 절차를 충족시켰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약속이라는 '화끈한 성과'를 끌어내지 못했지만 북미대화에 필요한 수순밟기와 분위기 조성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얘기다.
한 관측통은 "이번 접촉은 그 성격이 북미대화를 실무적으로 논의하는 테이블이었다" 고 말했다. 특히 리근 국장의 방미행보는 분위기를 '숙성'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본국'의 지시 속에 움직인 리 국장은 방미기간 시종 유화적 태도로 일관 했고 이는 대북 강경파를 의식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부담'을 덜어준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리근 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북한 세미나 직후 참석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획기적 돌파구는 없었지만 분위기는 종전에 비해 훨씬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처럼 형식적 조건과 여건은 충족됐지만 내용상으로는 대화의 목적과 성격규정을 놓고 근본적 시각차를 해소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화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확약'받는 자리로 만들려는 미국과 일단 대화의 성과를 보고 6자회담 복귀를 결정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한 기싸움 양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뉴욕 세미나에서 북한은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해 최근의 냉각기를 깰 만한 특별한 구상을 내놓지 않았다"며 "서로가 근본적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측이 근본적 입장차를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협상기술적 측면에서는 절충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이번 북미대화를 '6자회담 틀 내의 움직임'이라고 규정해도 북한이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접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각론에 들어가서는 대화의 시기와 장소, 대화 파트너 등 세부사항을 놓고 양측이 불완전하나마 교감을 형성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리근 국장이 뉴욕 세미나 직후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시각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초청을 수락하는 형식으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 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는 쪽으로 양측이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시기는 현실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18-19일) 이후에서부터 미국 추수감사절 사이인 이달 하순이 유력하다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또 이번 접촉에서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만나는 방안을 제시했고 북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관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 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은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 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북.미대화의 키를 쥔 미국의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미대화에 대한 5자간 '양해'가 이뤄진데 이어 실무접촉이라는 형식적 절차까지 마무리된 만큼 오바마 행정부가 내부 검토를 거쳐 조만간 대화의 구체적 사항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이번 접촉에서 드러난 양측의 입장차를 토대로 대화의 형식과 의제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서는 북.미대화가 열리더라도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한 근본적 입장차가 해소되기 어려워 의미있는 성과를 일궈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싱크탱크에서 활동중인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 워싱턴에서는 북미 양자대화를 하더라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등의 유의미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