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라도 좋으니 치안현장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27일 경남 창원시의 한 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인 창원중부경찰서 오성존(53) 경위의 부인 조행녀(52)씨는 천신만고 끝에 '비리 경찰관'의 누명을 벗은 남편이 복직해 단 하루만이라도 예전처럼 씩씩하게 근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키 178㎝, 몸무게 82㎏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오 경위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나 끈질긴 노력 끝에 8년만에 무죄를 입증했으나 복직을 앞두고 뇌경색으로 쓰러져 말 한마디도 못한 채 병상에만 누워 있다.
조 씨는 그렇게 건장하고 씩씩하게 범인을 때려잡던 베테랑 형사인 남편이 병상에 힘없이 누워 허공만 바라보는 모습에 그동안 숱하게 울어 이제는 눈물조차 마를 지경이 됐다고 했다.
198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뒤 수사분야의 베테랑으로 현장을 누볐던 오 경위는 창원중부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하던 2000년 11월 검찰에 구속됐다.
이 경찰서로 발령받기 직전 경남경찰청 수사과에 근무했을 당시 유사석유 및 해상용 고유황 경유 불법판매 수사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사건청탁 명목으로 500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오 경위는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지만 법정에 나온 업자가 직접 오 경위에게 현금 500만원을 전달했다고 증언하는 바람에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갔지만 결국 2002년 6월 11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백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이 판결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경찰을 떠나야만 했다.
오 경위는 자신이 결백하기에 하늘이 두 쪽 나도 판결에 승복할 수 없었던 터라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거의 매일 사건관련 서류들을 챙겨 법원 민원실과 변호사 사무실, 증인 등을 발이 부르틀 정도로 찾아 다녔다고 한다.
"나는 죄가 없으니 제발 도와 달라"는 간절한 요청에도 그에게 돌아온 것은 주위의 차가운 시선 뿐이어서 많이 힘들어 했다고 조 씨는 전했다.
조 씨는 "너무나 힘겨운 나머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고 약한 마음을 먹다가도 가족의 위로와 격려로 이겨내고 '끝까지 무죄를 밝혀내고 복직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고 남편 오 경위가 그동안의 겪었던 힘든 과정을 소개했다.
오 경위는 당시 재판에서 나온 증언이 거짓임을 밝혀줄 만한 사람들의 집 앞에서 밤을 지새우며 만나 설득하기를 수없이 한 끝에 당시 증인들이 석유사업법 위반 사건에 관한 처벌을 가볍게 할 목적으로 돈을 줬다는 거짓 증언을 한 사실을 밝혀냈고 창원지법은 2005년 5월 12일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오 경위는 이를 토대로 2005년 7월 1일 창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2007년 1월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상고했지만 2008년 9월 11일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구속된 지 8년, 대법원 판결 6년만에 비리 경찰관이라는 누명을 벗은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복직 발령을 기다리던 오 경위는 지난해 10월 4일 저녁 '잠시 외출하고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아파트 앞 화단에서 발견됐다.
한달 여 뒤에 그렇게 고대하던 복직 발령이 났지만 지난 1월 한 차례 더 뇌경색이 찾아와 이제는 사람만 겨우 알아볼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지난 3월에 휴직계를 내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휴직이 가능한 기간이 1년이어서 내년 3월 30일을 넘기면 복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
9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면서 부인 혼자 힘으로 자녀를 키우고 생계를 꾸리며 병원비를 대느라 가정은 만신창이가 됐다.
오 경위의 가족들은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소송 과정에서 받은 육체적ㆍ정신적 스트레스가 뇌경색의 원인이라 생각하고 지난해 12월부터 3차례에 걸쳐 연금공단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야속하게도 공단 측은 '불승인' 통보만 했다.
이에 대해 오 경위의 막내 아들은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그토록 열심히 일하다 누명까지 쓰고 겨우 결백을 밝혀냈지만 끝내 쓰러진 아버지에게 남은 것은 요양조차도 못받는 것"이라며 "앞으로 공직에는 결코 몸을 담지 않겠다"고 섭섭함을 털어놓았다.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내달 다시 연금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부인 조 씨는 "남의 돈이라면 10원짜리 하나 쉽게 받지 않았던 사람인데 하루 아침에 범죄자가 돼버린 뒤 모든 것을 잃어버려 너무 억울하다"면서 "복직결정이 난 뒤 펑펑 울면서 좋아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인은 "경찰이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한 남편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창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