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외국어고 폐지' 혹은 '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에 대해 18일 전국 외고 교장들은 한결같이 격 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부의 사교육비 절감 방침에 공감해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거나 자격시험화하는 방안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외고가 과도한 사교육비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일부 교장은 다음달 18일 열리는 외고 교장협의회 총회에서 입시제도 개선안과 최근 정치권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앞서 지역 모임 등을 통해 대책을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택휘 한영외고 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교육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글로벌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고를 폐지하거나 자율고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며 "외고를 통역관 키우는 곳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희진 서울외고 교장도 "(외고 폐지는)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평준화 시대에 외고는 학생들 실력 증진에 공헌해 왔다. 사교육 유발만을 이유로 외 고를 폐지한다면 정말 중요한 것을 잃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외고 제도가 도입된 뒤 수십년간 평준화 체제에 묻혔던 수월성 교육을 보완하고 교육수준을 끌어올려 온 것은 고려하지 않고 사교육 문제의 주범으로 외고만 지목해 나무라고 있다는 지적이다.
맹강렬 명덕외고 교장 역시 "현 정부는 중등교육의 다양화를 말한다.
고교선택권의 다양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특목고 폐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외고 폐지 론은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방 소재 외고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산외고 박치완 교장은 "사교육비 문제의 주범은 공교육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이희목 전북외고 교장도 "(학교가)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외고만 없앤다고 사교육비가 줄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한편, 모 외고 교장은 "외고 폐지론은 그야말로 마녀사냥식 해결법이다. 만약 정말로 외고가 폐지되는 사태가 빚어진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법적 대응 방침 까지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