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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쳐다보냐' 싸우다 3시간 미행해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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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상이 험해졌습니다. 개목줄 말다툼 끝에 또는 그저 쳐다봤다고 살인하는 일이 잇따랐습니다. 이런 충동 살인은 도시화 고립화된 현대사회의 극단적인 병폐입니다. 예전 말로는 말세징후와 같습니다.

한승구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0일 서울 구의동.

조용하던 주택가에서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면서 왜 목줄을 매지 않냐는 이웃주민의 핀잔이 발단이었습니다.

흥분한 애완견 주인 64살 이모 씨는 집에서 흉기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엔 다른 주민이 서 있었고 같은 뜻으로 나무라자 이 씨는 이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피의자 : 개 목줄을 안 맸어요. 동네에서 왔다갔다 하는 거니까요. 원칙은 매야 하는 건데 그걸 제가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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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일용직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노모와 둘이 살았지만 이웃과의 왕래는 거의 없었습니다.

[주민 : (그 아저씨(피의자)보신 적은 있으세요? 여기서?) 모르죠. 말 잘 안 하고 그래서.]

이 씨는 아내와 이혼한 뒤 14살 아들마저 잃고 나서는 더욱 고립돼 갔습니다.

근처에 사는 여동생이나 시집간 딸과도 연락이 오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외롭게 지냈지만 애완견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고 전했습니다.

[사건 담당 경찰 :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서로 개하고 그 사람하고 의지하는 거 같더라고요.]

살인 사건 가운데 이처럼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벌이는 사건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37.6%이던 게 올 상반기에는 54.8%로 늘었습니다.

충동범죄는 아무런 이유없이 저질러 지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와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이없지만 당사자는 기분이 나빴던 사소한 동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서울 남현동.

33살 김모 씨는 지하철 역에서 내린 뒤 집으로 돌아가다 왜 기분 나쁘게 쳐다보냐며 56살 안모 씨와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화가 풀리지 않은 김 씨는 안 씨가 근처 식당에 들어간 걸 확인하고 안 씨가 나올 때까지 3시간을 기다린 뒤 뒤쫓아가 살해했습니다.

[김모 씨/피의자 : 술먹고 그냥 우발적으로 순간의 감정을 참아야 하는데 그 순간 못 참아서 그랬습니다. (흉기는 어디서 구했어요?) 제 직업(요리사)이 그걸로 하는 거라서.]

장사가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다가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대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르는가 하면 단골 손님인 자신을 무시한다며 가게 주인을 살해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충동 살인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 간섭받기 싫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그리고 경제 위기 등으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약간의 외부충격만 있어도 감정이 폭발할 정도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사소한 이유로 싸움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의사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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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다른 사람들의 어떤 기분을 일시적으로 상하지 않게 행동과 말을 조심하는 것이 굉장히 이제 필요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결국 이것은 현대인들의 소외와 의사소통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문제가 아주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서 드러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여집니다.]

대체로 충동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사회적 외톨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복지제도같은 사회 안전망을 더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만드는 일이 생활고 해소 뿐 아니라 강력 범죄까지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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