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매일 벌어지는 사건을 기록하지만, 그것이 모이면 역사가 됩니다. 뉴스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대립 및 협상, 이 과정에서 남한이 맡은 역할, 그리고 중국 일본 등 주변 열강의 입장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북핵 일괄타결 방안인 이른바 '그랜드 바겐'이 주변 열강들에게 먹혀 들고 있습니까? SBS 뉴스는 그렇다고 보도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지난 10일의 한중일 정상회담을 보도한 SBS 뉴스는 세 나라 정상들이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에 대해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전날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공감을 표시한 데 이어 10일의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개방적인 태도로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호응'했다는 것입니다. SBS 뉴스는 사실보도를 했습니다. 원자바오 총리도, 하토야마 총리도 그런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말이 실천적 의지를 담고 있는지, 아니면 외교적 수사일 뿐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SBS 뉴스는 보도하지 않았지만,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공감"이라는 표현을 썼던 하토야마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는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에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고 합니다. 일리는 있다는 정도의 표현입니다. 뉴스는 원자바오 총리가 '호응'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호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개방적인 태도로 적극 협의"한다는 것은 찬성이나 반대의 의미를 갖지 않는, 말 그대로 개방적인 표현입니다.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은 한마디로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북한 쪽에서 거부했습니다. 북한을 6자 회담 테이블로 다시 끌어 앉히려고 노력하는 중국이 북한이 이미 거부한 '그랜드 바겐'에 호응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뉴스가 보도한 원자바오 총리의 중립적인 말조차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중국 언론들은 이 말을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외교적 표현들을 보도할 때 뉴스는 그 말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으며, 실천적 의지를 담은 말인지, 아니면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인지를 분석하는데 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SBS 뉴스는 이와 같은 분석과정도 없이, 이들이 공감하고 호응했다고만 보도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중국과 일본이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에 동조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SBS 뉴스는 '그랜드 바겐' 보도에서,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좀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외교문제를 대국민 용으로 해석하고 전달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랜드 바겐'이 국제사회에서 푸대접을 받는다면 그렇다고 보도해야 합니다. 아무리 근사하게 설명해도 사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국민이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일어나는 일 사이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뉴스라야 합니다.
SBS 뉴스가 지난 7일 보도한 '장애인 맞춤형 공연'은 아주 특별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수화 통역자와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의 도움으로 장애인들도 일반 관객이 즐기는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특히 "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특별한 공연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에 SBS 뉴스는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뜻이 왜곡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13일 뉴스는 지난 여름 서울 도심 시위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과잉 진압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돼 논란이 벌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과잉진압을 지시했다는 '주장' 정도가 아니라 직접 무전으로 지시한 녹취록까지 공개되었습니다. 녹취록에는 "보는 족족 검거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주상용 청장은 "우리 조직 안에서 쓰는 용어로 큰 생각 없이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용어가 거칠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거친 용어로 표현된 지시의 내용입니다. 주장이 나왔다가 아니라 청장이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하는 것이 진정한 사실보도입니다.
지난 9일과 10일 SBS 뉴스는 취임 8개월 밖에 안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됨으로써 수상자격을 둘러싼 역풍에 휘말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오바마의 평화상 수상에 대해 미국 언론조차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받게 될 노벨 평화상이 미국 국민들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진 않는다는 지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오바마의 평화상 수상에 대해 미국 언론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미국 주요 일간지들 중에서도 워싱턴포스트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부정적 논조를 편 반면,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등은 긍정적인 논조를 폈습니다. 미국 정가에서도 의견이 갈라졌습니다. SBS 뉴스도 카터 전 대통령의 오바마의 평화상 수상 지지 논평과 공화당 전국위원회 마이클 스틸 의장의 비판 발언을 함께 전했습니다. SBS 뉴스는 오바마가 역풍을 맞았다고 보도했지만, 실제상황은 오바마의 평화상 수상에 대한 미국 내의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있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에 대해 두 갈래로 갈라진 미국 내 여론은 미국인 4천5백만 명을 의료사각지대에 방치한 의료보험제도를 둘러싼 갈등의 한 표현일 뿐입니다.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드라이브에 거세게 저항하고 있는 보수세력은 그의 평화상 수상으로 개혁 추진력이 강화되는 것을 걱정합니다. 뉴스는 평화상에 대한 논란을 넘어 문제의 의료보험 제도로 조성된 미국사회의 갈등이라는 거대한 빙산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