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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변했나. 시장이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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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마다 돌아오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가까스로 회복되는 경기를 위해 돈줄을 죄는 것이 어렵다는걸 너도알고 나도알던 올해 5월 이후부터 9월까지..한국은행 기자들은 "기준금리 동결"로 미리 예상한 기사를 써놓고 금통위의 발표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채권전문가들도 '100% 금리동결 전망'을 내놓는 등 금리를 올리기에 시기상조라는 것은 시장이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이성태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이 '강성' 발언을 쏟아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걱정스런 수준이다 금리를 내린다 하더라도 여전히 금융완화 상태다" 등.. 시장은 자연스럽게 가까운 미래에 금리 인상을 예견했고, CD금리를 비롯해 은행권 예금, 대출 금리 모두 줄줄이 인상돼 한은 총재 한마디가 미치는 위력을 새삼 실감케했습니다.

이성태 총재의 성향은 '강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필요한 주장이 있을때, 정책당국과의 의견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을때, 곧잘 하고싶은 말을 하는, '소신남'으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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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을 이끄는게 우선순위인 기획재정부와 청와대가 '기준금리 인상은 이르다,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다니자, '금리 결정은 한국은행의 고유 권란. 출구전략은 다양한 수단이 있다. 결정하는 것은 각 국가의 중앙은행 몫'이라는 취지의 말로 맞받아칩니다. 한은의 조사권 독립 등 한은법 개정을 둘러싸고도 강성발언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통화정책은 한은이 책임지는만큼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겠다며 어찌보면 정부와 청와대에 대립각을 세운 이 총재의 입에 시장의 관심이 온통 쏠렸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금리 인상 임박'을 시사했던 9월 금통위 발언대로라면 10월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소수이긴 하지만 존재했고, 무엇보다 현재 시장을 판단하는 이 총재의 날카로운 평가가 이어질지에 대한 주목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번달(10월 9일) 금통위. 이 총재가 몰라보게 부드러워졌습니다. 금리를 동결해서가 아니라 현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인식 자체가 완화됐고, 금리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도 한걸음 물러났습니다.

"당분간 금융완화기조(금리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겠다. 3분기 성장률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분히 착시효과다. 경기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등으로 현 경기상황을 총평하고 금리 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총재가 가장 중점을 두고 봐왔던 부동산 가격 증가세가 정부의 대출규제책 등의 영향으로 인해 주춤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총재는 "주택가격이 안정된다면 통화당국은 상당히 짐을 더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안정되는지 아닌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면서 빠르면 11월 금리인상설에 무게를 실었던 시장 관계자들은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9월과 10월 시장상황은 이 총재가 '강한 금리인상 시사'에서 '유보'로 돌아설 정도로 그렇게 많이 바뀌었을까요?

외형적으로는 매우 비슷합니다. 생산도 회복세, 내수도 증가세, 수출도 괜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폭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가는 안정적이고, 고용회복과 민간투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신통치 않습니다. 금통위 금리결정 이유를 나타내는 근거를 봐도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라는 말로 유사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수치에 반영되지 않은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다소 변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환율이 문젭니다. 전세계적 달러 약세속에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원화 약세로 자동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우리나라 IT, 자동차 등 대표업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막대한 정부지출로 이끌어왔던 경기회복세가 4분기, 내년 1분기 이후로 지속될지도 불투명합니다.

결국 이런 잠재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펴볼때 금리를 당분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이총재의 발언은 상당 부분 수긍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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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워낙 '강성'으로 유명했던 이 총재의 스타일 때문인지, 시장에선 이런저런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기준금리 조기 인상을 반대하는 청와대, 정부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특히 임기가 내년 3월로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고 국내외에서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는 것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겁니다. 일각에서는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섞인 시선까지도 보내고 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물론 극구 부인합니다. 이 총재도 "여전히 현 경기상황에 비춰볼때 금리가 낮은 상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가 한발 물러섰지만 조만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실제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이 까마득히 먼 훗날의 얘기는 아니다.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 물가를 잡기 위한 선제대응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예고한 것입니다.

결국 말은 많이 부드러워졌고, 일단은 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인상은 시간문제이고, 경제주체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는 꾸준히 시장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금리가 낮다고 대출규모를 늘린 가계와 기업 등은 나름의 출구전략, 즉 부채조정에 나서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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