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달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을 제2국민역(병역면제·전시 근로동원)에 편입하게 된 조항을 삭제, 이들의 병역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유승민 의원(한나라당)은 여야 의원 23인과 공동으로 지난 달 25일 인종이나 피부색을 이유로 제 1국민역(신체검사 또는 입영대상자)으로의 편입 제한 등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혼혈인들에 대한 "차별 철폐" 등을 촉구해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당연한 조치로 환영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혼혈인에 대한 '왕따 문화'에다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잔존하는 등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혼혈인들은 차별 조항이 없어지게 된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일부 혼혈인들은 이 개정안이 10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된다는 점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혼혈인의 대부'인 배기철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장은 앞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부계혈통이 아니라는 이유(아버지가 외국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신체검사조차 받지 못했는데 이는 엄청난 차별이다"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든지 국방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의 김해성 대표는 "혼혈인이라고 해서 군대에 못가는 것 자체가 차별이다"면서도 "이들에 대한 현실적인 차별 개선이 이뤄지고 국민들도 피부색에 대한 차별의식을 버리지 않는 한 '입영카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언어소통 문제 등에 대한 고려나 보완책 없이 혼혈인의 입영을 추진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혼혈지원센터의 관계자는 "(영어가 수월한 혼혈인에 한해) 카투사 쪽으로 가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토익 등의 고득점을 요구하고 있어 대다수 불우한 처지에 놓인 혼혈인에겐 큰 장벽이다"며 "근본적 차별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이들의 현역 입대 지원은 시기상조인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병역의무 이행을 통한 한국인으로서의 동일체 의식 함양 등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법률 개정만으로 혼혈 차별에 대한 모든 문제를 해소하기 힘들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병무청도 병역법 65조의 '인종차별' 지적에 대해 "이 조항은 혼혈인에 대한 편견과 부당한 대우라기보다는 외관상 이유로 단체생활의 부적응이나 사고 등을 예방하려는, 혼혈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해명해왔다.
흑·백인계 혼혈인의 입영은 차별 폐지에 따른 이점보다는 사고 발생시 입영자의 위험부담과 군 인사관리 부담 등의 문제점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병무청이 이들을 단체생활을 하지 않는 복지시설 등에서 공익근무 요원으로 복무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