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으로 얽힌 인연
36살 유 모 씨가 48살 이 모 씨를 만난 건, 3년 전쯤. 마권을 손에 굳게 쥔 두 사람은 서로 배팅한 말이 승리하길 소리 지르다 알게 됐습니다. 도박으로 살아온 인생.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친한 형, 동생이 되었고, 그들이 말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러던 그들은 포커도 함께 하게 되었죠. 이 포커가 일을 벌일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물론 유 씨가 포커를 잘 못한다는 걸 알게 된 이 씨도 돈 따는 재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 씨는 돈을 따는 편도 아니었던 거죠.
- 의심. 또 의심
몇 차례 포커에서 돈을 잃게 된 유 씨는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도박이라고 부르기는 뭐하지만 나름 돈내기 승부를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꽤 많이 잃게 된 날, 잠을 청하려 누우면 더 약이 오른다는 사실! 거기다가 부모님 유산인 5천만 원까지 전부 잃게 되다니요.
이 씨는 지난 8월 17일 다시금 포커 판에 뛰어 들었습니다. 잃을 수 없다! 오늘은 내가 뭔가 보여주리라! 얼마나 가득 찬 포부를 갖고 왔겠습니까. 그러나 역시 또 잃게 됐습니다. 끝장을 보겠다는 그에게 이 씨는 49살 김 모 씨를 소개시켜 줍니다. 돈 좀 있는 사람이었죠. 그에게 4천만 원을 빌린 유 씨는 이미 날린 5천만 원과 그 전에 잃은 돈까지 다 찾겠다며 다시 카드를 손에 쥐었습니다.
하지만, 5시간 뒤. 유 씨에 손에 남은 돈은 한 푼도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유 씨는 이들이 사기도박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계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이것을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었죠.
- 사기도박이었지?!
유 씨는 먼저 이 씨를 불러냅니다. 그리고 가평의 한 야산에 있는 묘지 주변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갑자기 흉기를 꺼내 스스로 손을 묶게 했지요. 차에서 이 씨를 끌어낸 유 씨는 그를 자리에 앉게 한 뒤, 목 뒤에서 무릎까지 줄로 묶어버립니다. 그리고 묘지 옆을 파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러냐고,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 씨가 다리가 저리다고 소리치자, 삽을 꺼내 그의 허벅지를 내리쳤습니다. 그러면 저린 게 좀 낫는다나요? 어쨌든 그 상태로 이 씨를 땅에 묻어 버렸습니다. 얼굴만 빼고 말이죠. 마치 영화에 나오는 폭력배들처럼요. 영화에서 폭력배들이 상대 조직원을 끌고 와 묻는 장면. 어떤 건지 상상이 되실 겁니다. 그 상태로 유 씨는 이씨에게 '사기도박이었지?'라는 질문만 계속 던져 댑니다.
한참 이 씨에게 질문하던 유 씨는 돈을 빌려준 김 씨에게 전화를 합니다. 가평 주위에 아는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 사람에게 돈을 받아 주겠다며 김 씨를 불러냅니다. 곧 김 씨가 왔고, 산 밑에서 기다리던 유 씨는 김 씨와 함께 묘지로 이동합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김 씨는 도망치려했지만, 유 씨는 그에게 흉기를 휘두릅니다. 김 씨의 흰 셔츠는 금세 피로 전부 물들었습니다. 이 씨 옆에 김 씨까지 꿇어앉힌 유 씨는 계속 같은 질문을 합니다. '사기도박이었지?'
이 씨가 땅에 묻힌 지도 7시간. 계속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이 씨에게 유 씨는 동정심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선 김 씨와 함께 이 씨를 꺼내주고는 떠나버립니다. 이렇게 쉽게 꺼내줬다는 것. 신기한 일이지요.
- 살려준 건 고마운데
이 씨와의 전화통화. 이 씨는 술을 마시고 있더군요. 이미 얼큰하게 취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살려준 것만 해도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질에서 계속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 이젠 화가 난다더군요. 그렇게 친하게 형, 동생으로 지냈는데. 어떻게 자기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도 어이가 없고요. 경마장에서 처음 만나, 함께 즐기며 다녔다는 그의 말에 별 동정심은 가지 않더군요.
- 사기도박입니다!
유 씨는 인터뷰를 시작하자, 흐느껴 울었습니다. 자기는 진짜 얘기만 하려했다는 겁니다. 얼떨결에 도망가니까 그런 일을 벌인 것이라고요. 하지만, 그의 철저한 준비 과정을 보면 그 말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담당 형사 말이 경찰에 오기 전에 변호사를 만나고 왔다더군요. 철저한 교육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그들이 사기도박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제 질문에 그는 답했습니다. '예! 사기도박입니다! 사기도박입니다!'
곧 추석입니다. 고향에 내려가시고, 가족들 만나시면 간단한 돈내기들 하실 텐데요. 그저 재미로 끝내시길 바랍니다. 도박은 특히 '끝'이 안 좋은 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