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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산책] 공연은 절대평가? 상대평가?

뮤지컬 '렌트' 오리지널팀 공연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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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뮤지컬 '렌트'를 보고 나서 공연의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렌트'의 초연 당시 주역 배우들인 아담 파스칼(로저)과 안소니 랩(마크)가 출연했던 '렌트'의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몇 년 전 브로드웨이 팀 내한공연을 보고 나서 '렌트'를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 몇 편 중 하나로 꼽게 됐던지라, 공연을 앞두고 요절한 작곡가 조나단 라슨과 함께 작업했던 초연 멤버가 한국 무대에 선다는 데 약간의 흥분과 기대를 안고 갔던 공연이었다.

그런데, '렌트' 공연이 진행되면 될수록 내 흥분은 사그러들었는데, 공연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역시나 가장 큰 원인은 '로저' 역의 아담 파스칼에 있었다.

내 기대가 처음부터 너무 컸던 것일까.

아담 파스칼은 외모도, 목소리도 근사했지만, 그의 '로저'를 최고라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 뭐랄까, 너무나 오랫동안 해오던 역이라서 힘 빼고 쉽게 했다는 느낌? 연기자의 '혼'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느낌? 특히나 마지막 장면, 병으로 죽어가는 미미 앞에서 로저가 그토록 찾기를 갈망하던 노래 'Your Eyes'를 부르고, 미미가 정신을 잃자 '미미!'를 길게 부르며 절규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고, 죽은 줄 알았던 미미가 '앤젤이 돌아가라고 했다'며 깨어나는 장면이, 너무나 쉽게, 밋밋하게 흘러가버려서 도무지 감정 이입을 할 수가 없었다.

뭐가 문제라고 해야 하나? 타이밍?  완급 조절? 연기 호흡? 역시나 혼신을 다한 연기가 아니었던 걸까.

이 결말 부분은 내가 처음 '렌트'를 라이센스 공연으로 볼 때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됐다가,(왜 죽어가던 미미는 깨어나고 난리야! 왜 저렇게 해피엔딩에 집착하는 거야!) 나중에 브로드웨이 팀의 공연을 볼 때는 온전하게 감정 이입이 돼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또다시 '요령부득'의 장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나에게는 지난번 브로드웨이 팀의 공연이, 일종의 '기준'으로 각인돼 있었기 때문에 이번 오리지널 공연이 불만족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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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당시 로저 역을 맡았던 제레미 커쉬너가 영혼을 담은 연기를 보여줬기에, 이에 미치지 못하는 아담 파스칼의 연기가 아쉬웠고, 그래서 온전히 몰입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연 끝나고 기립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내가 너무 까탈스러운 거 아닌가' 되돌아보기도 했다. 만약 내가 지난번 브로드웨이 팀 공연을 보지 않았더라면 불평하지 않고 이 공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관객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데도 출연진이 커튼콜 한 번 더 없이 퇴장해 버린 게 이들이 이 공연을 대하는 '태도'를 말해주는 건 아닌지, 살짝 의구심이 들긴 했다.

그러나 이것도 그저 '의구심'일 뿐인지, 원래 커튼콜을 그렇게 하는 것인지, 그건 나도 잘은 모르겠다.

결론은, 공연을 볼 때 '절대평가'를 하고 싶지만, 이미 내 마음 속 기준이 세워진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 그 '기준'은 절대적인 것인가. 그것도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처음 공연되는 '신작'을 볼 때는 절대평가를 할 수 있을까. 그것도 힘들 것 같다. 다른 작품들과 (의식하지는 못하더라도) 비교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공연은 '상대평가'다. (쓰고 보니, 공연만 그런가, 다른 건 안 그런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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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식견과 지식으로 심도깊은 문화뉴스를 제공해주는 김수현 기자는 1993년 SBS 공채 3기로 입사한 베테랑 방송기자입니다. 사회부,정치부를 거쳐 문화부 공연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활약했고 영국 연수를 거쳐 지금은 미래부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계 인맥과 정보가 어우러진 개인블로그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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