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28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운찬 인준 불가' 방침을 정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퇴장하는 등 진통을 빚은 결과다.
이날 오후 2시25분께 시작된 본회의에서는 당초 야당의 격렬한 반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야 의원 6명의 의사진행 발언에 이어 '소극적 저지' 속에 1시간여 만에 표결이 완료됐다.
표결에 앞서 이뤄진 의사진행 발언은 정 후보자의 적격성을 둘러싼 논쟁의 연장선상으로, 정 후보자 검증에 나섰던 여야 청문특위 위원들이 주로 찬반 토론에 나섰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제시하며 "가장 큰 문제는 후보자 본인의 도덕적 불감증"이라며 "역사를 후퇴시킬 것인지, 발전시킬 것인지 조금 후에 결판난다"며 반대표를 호소했다.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정 후보자에 대한 착시현상이 위험 지경"이라며 "법률을 위반하고 도덕적 금도를 넘은 정 후보자를 대한민국 공무원이 어떻게 믿고 따르겠느냐"고 가세했다.
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정운찬씨는 영혼없는 앵무새의 소신을 보여줬다"고 비판한 뒤 "정 후보자가 청문회 직후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성 전화를 했다"며 이를 금지시키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야당측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면서 "실수와 착오는 있었지만 정 후보자의 본성은 진실하고 깨끗하고 바르게 살기위해 노력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은 "도덕성 검증의 미명 하에 후보자 흠집내기가 극에 달해 인격파괴로 치닫고 있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의사진행 발언 뒤 김형오 의장이 표결을 시작하려 하자 선진당 의원들은 "발언 기회를 더 달라", "299명 의원의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에 김 의장은 "여러분의 의사표시 기회는 충분히 줬다"며 "국회법상 더이상 허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의화 인사청문특위원장이 심사경과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선진당 의원 15명이 '한나라당 의원 여러분, 인준 찬성은 양심을 팔아넘기는 것입니다' 등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단상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표결 진행중 김창수 의원을 비롯한 일부 선진당 의원이 투표함 입구를 손으로 막는 등 표결을 저지하자 김형오 의장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국회에서 여러분이 모범을 보여달라"고 했다.
표결은 민주당, 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일찌감치 '총리 인준 반대' 입장을 정한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3시16분 의사국장이 의원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이번 표결을 위해 '총동원령'을 내렸다. 본회의 참석을 위해 해외 출장중이던 황우여 황진하 이혜훈 의원 등 3명은 일정을 단축하고 이날 새벽 급거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특임장관, 최경환 지식경제장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장관, 임태희 노동장관 후보자 등 '장관 의원'도 일제히 참석했다.
본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은 총 167명 가운데 현재 재판 진행중인 임두성 의원을 제외한 166명이었다. 다만 김용태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했지만,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태 의원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러 투표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급한 일이 생겨 잠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투표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165명, 친박연대 4명, 진보신당 1명, 무소속 의원 7명 등 총 177명이 이날 표결에 나선 셈이다. 표결 결과는 찬성 164명, 반대 9명, 기권 3명, 무효 1명 등이었다.
한나라당 의원 165명이 투표를 한 가운데 찬성표가 총 164명이었다는 점은 최소 1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투표에 나선 친박연대 의원 등이 찬성표를 던졌을 경우 한나라당내 이탈표는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