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에 요즘 관심이 많습니다.
한식을 알리는 행사와 이벤트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떠들석한데 저는 이달 초에 열린 '한식요리 경연대회' 수도권 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어떤 대회일까, 어떤 음식이 경연을 벌일까, 참 여러가지 기대를 하면서 말이죠.
대회장 안은 많은 참가자들의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조리사들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솜씨 (겉보기엔 말입니다...이유는 나중에), 열의, 창의성, 그리고 재료에 들이는 정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회의 수준과 규모를 떠나서, 이날 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진행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대회 시작 직후, 참가자들이 긴장감 속에 요리를 하는 동안 심사위원을 포함한 주최측은 내외빈 맞느라 부산스럽게 움직였습니다. 큰 소리로 인사하고, 명함을 건네고, 자리를 안내하고...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사교의 장도 아니고.
이런 것은 시작 전, 혹은 다른 장소에서 할 수 있는 부분 아닙니까.(저는 내내 대회장 입구에 자리잡은 팀들이 혹 방해받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는데 나중에 그분들이 1위로 본선 진출하게 돼서 다행이었습니다.)
또, 제대로 맛을 보지않고 음식을 평가했습니다. 음식 경연인데 시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물론 나름대로 전문가들이라 요리를 하는 모양과, 중간 과정에서의 맛보기와, 완성 작품의 프리젠테이션만 봐도 요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하시면 할 말이 없지만 저로서는 절대 이해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대회는 크게 단품 요리, 코스 요리, 한상 차림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한식 7코스 요리라면 당연히, 어떻게 음식을 담아내고 예쁘게 꾸몄느냐도 중요하지만 애피타이저(전채요리)부터 디저트(후식) 까지, 어떻게 재료의 조화를 생각해 메뉴를 짰는지도 봐야 하고, 맛의 어울림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사위원 누구도 코스요리 전부를 맛보고 그 조화로움을 평가한 사람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단품이나 한상차림도 마찬가집니다. 심사위원들의 말로는 '한식의 세계화 취지를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평가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도자기에 담았느냐, 양식기에 담았느냐' 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또 양식처럼 메뉴를 구성하고 형태를 변형했다고 해서 한식의 본질을 버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양식기를 사용한 사람들은 상위권 점수를 받은 사람이 적었습니다.)
심사하는 동안에 제가 "시식하지 않고 어떻게 평가를 하나요?" 라고 한 마디 했는데 주최 측은 '요리하는 과정 중에 심사위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맛을 보기도 했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 그렇다면 '재료'의 맛을 보시는 건가요? -
물론 잠시 뒤에, 주최측은 다시 방송을 통해 완성작을 프리젠테이션 하고, 남은 음식이 있으면 시식용으로 가져와도 좋다, 고 말을 고쳤습니다. 이후에 일부 팀이 접시에 담아온 음식을 한 수저씩 드시면서 '맛있네' '맛없네' 하며 서로 논의하는 모습도 옳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모든 음식을 시식한 것도 아니니 형평성도 맞지 않고요.
이 대회는 또, 전문가 심사위원 외에 일반인 심사위원도 위촉했습니다. 일부 심사위원들이 '어떤 부분을 평가해야 하는지 몰라서' 기자들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하더군요. 알고보니 주최측의 지인이라든가 가까운 사람들을 오라고 한 경우가 많던데, 이런 점은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스코리아들과 VIP의 기념사진 촬영 시간이라든지, 한 후원 업체의 제품 설명 (식기 종류였죠) 등... 각종 부대 행사들을 뺀다면 오히려 대회 자체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었을 텐데요.
전문가도 아닌 제가 결과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과정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죠. 제가 이토록 불만스러웠던 그 경연대회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세계화를 위한 한식 메뉴를 고민하고 요리에 임했을 조리사들을 보기가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이어서.... ^^
** 이 대회 관계자들이 보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제 블로그에 사견을 밝히는 것 뿐이랍니다. **
[편집자주] 남정민 기자는 일요일 아침의 <선데이뉴스 플러스>에서 '남정민 기자의 소비자 리포트'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백화점과 할인점을 누비며 만나는 알짜 생활정보들과 소비자들이 꼭 조심해야할 할점을 여기자 특유의 꼼꼼한 시각으로 전해줍니다. 2002년 SBS 공채로 입사한 남기자는 해맑은 감성과 외모로 개인 블로그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